[북]시장개혁 하자며 왜 월街를 선망하지?

입력 2012-04-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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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쾌도난마 한국경제' 저자 3인방 다시 뭉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장하준·정승일·이종태 지음/부키 펴냄/1만4900원)
2005년 ‘쾌도난마 한국경제’란 책을 통해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한국 경제를 진단하고 복지국가를 대안으로 제시했던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공저자인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운영위원, 이종태 시사IN 경제·국제팀장과 7년만에 다시 뭉쳤다.

세 사람은 선거빅뱅의 해 2012년을 맞아 4·11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현재 직면해 있는 국내외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앞선 정권과 현 정권의 경제분야 맹점을 분석하고 더 나은 정책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출간했다.

장하준 교수는 “근본적으로 시장주의다. 하지만 이 개념을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는 이유는 미국 지식인 사회와 정계의 어법때문”이라고 말한다.

장 교수는 “유럽에서 사민주의, 즉 사회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정책들을 미국인들은 ‘리버럴(liberal)’이라고 한다. 자유주의란 뜻으로 미국은 사회주의(socialism)라는 용어의 이미지가 좋지 않아 사회민주주의 정책마저도 그냥 애매하게 리버럴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에서도 자유주의와 진보를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진보, 즉 사회주의 또는 사민주의는 이런 리버럴들이 만든 질서마저 바꾸자고 주장하는 세력”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은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자유주의와 시장주의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과 뒤엉켜 수시로 출몰했다고 지적한다. 2008년 여름 금리 인상 논쟁과 외환 시장 개입 논쟁이 대표적 예이다.

장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진보 세력이 금리인상이나 재정 긴축을 앞장서서 주장하는 경우가 없다. 금리인상이나 재정 긴축은 금융자산가들에게나 좋은 일이고 그게 바로 시장주의”라고 설명했다.

정승일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시장개혁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국제 금융 시장과 월스트리트에 대해 한 마디도 비판하지 않고 오직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이 저렇게 해놓은 바람에 수출 제조업을 하는 재벌들만 이익을 보고 서민들은 피해를 본다’는 식으로 몰고 간다”고 지적했다.

이 책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재벌문제에 대해서도 다뤘다.

경제 민주화론자들은 박정희가 만든 경제 구조의 유산인 관치, 재벌, 토건 경제가 오늘의 우리를 계속 괴롭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경제 민주화론자들이 박정희 체제를 자꾸 불러내는 것은 자신들이 옹호한 좌파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를 변호하는 ‘알리바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신자유주의란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이다.

또 저자들은 박정희와 재벌에 대한 반감은 종종 현실 인식마저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재벌이 있는 한 한국 경제에 진정한 혁신은 없다’는 사고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우리사회에 삼성전자 대 애플, 이건희 대 스티브 잡스, 갤럭시 대 아이폰이라는 대립 구도를 만들어 전자는 사이비 혁신이고 후자는 진정한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저자들도 경제를 민주화해야 한다거나 재벌을 개혁하자는 대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며 다만 접근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면 경제 문제의 해결책은 복지국가로의 지향에서 나온다. 그만큼 현대 경제의 발전은 복지국가 시스템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뜻이다.

복지는 시혜나 2차 분배가 아니라 그 자체로 생산과 분배의 선순환 시스템이라고 저자들은 강조했다. 이 책은 가난한 사람만 골라 시혜를 주듯 지원하는 미국·영국식 복지, ‘선별적 복지’ 또는 ‘잔여적 복지’로는 우리나라를 꾸려나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유럽, 독일 등에 적용중인 생산과 복지가 긴밀히 연결돼 선순환하는 ‘생산적 복지’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처럼 복지도 국민의 힘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매년 복지 예산을 단계적으로 늘려 10년 뒤인 2022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종태 팀장은 “그 다음 2023년부터는 스웨덴 수준의 복지 국가를 향한 10년간의 대장정을 시작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냐”며 “문제는 예산마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저자들은 진짜 경제 민주화는 ‘1원1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여야 정치권이 모두 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도 금융 자본주의를 따라가고 있다. 주주 자본주의의 원칙은 1원1표이지만 민주주의 원칙은 1인1표다”라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선을 그었다.

이 책은 전면에 걸쳐 경제 민주화론을 비판하고 자유주의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객관적인 눈과 진보적 관점에서 미래를 설계하고자 하는 저자들의 의도가 담겨 있다. 저자들은 한국 경제의 문제점 지적 및 대안을 제시했다. 10년뒤, 50년 뒤 어떤 대한민국을 선택할 것인가는 이제 독자와 우리 국민들의 결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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