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보기관은 첩보 영화에서 접한 이미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일본의 최고위 정보기관은 ‘내각정보조사실(Cabinet Intelligence and Research Office, 이하 내조)’이다.
내조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 활동은 첩보라기보다는 우방국들이 제공한 정보나 이미 나온 뉴스를 모으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는 ‘허당 내조’라는 비판을 받으며 해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내조는 1952년 4월9일 설립된 총리부의 내각총리대신 관방조사실이 전신이다.
현재 조직은 총무·국내·국제·경제 등 4개 부문과 내각정보집약센터·내각위성정보센터 등 2개 센터로 나뉘어져 있다.
근무 요원은 170~175명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120명 가량은 다른 기관과 부처에서 파견된 인력이다.
내조의 공식 업무는 내각의 중요 정책에 관한 정보 수집 및 분석, 그 외 조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것이다.
전직 요원에 따르면 내조의 하루는 각 정부 부처에 파견된 직원들이 올린 일일 보고와 TV 뉴스, 일간지와 시사 주간지를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때문에 주간지가 쏟아져 나오는 월요일과 화요일은 특히 바쁘며, 수요일에는 주 초에 습득한 정보를 책자로 엮어 총리 관저의 각 부처에 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원들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관가로 나가 소식통들과 접하며 이른바 ‘오프더레코드(기록에 남기지 않는 비공식 발언)’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나 이들의 정보 수집력은 출입 기자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작년 12월 한국에서 보도된 납치 피해자의 생존 정보도 외무성은 1년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지만 내조는 전혀 모르고 있었을 정도.
내조는 한때 요원들의 어설픈 첩보 행각으로 스파이 조직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2008년 1월 전직 요원이 금품을 받고 주일 러시아 대사관 직원에 러시아 정보만 모은 자료를 넘긴 사실이 들통나면서 외교 스캔들로 비화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판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설치와 스파이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논란이 고조됐다.
내조 이외에 일본 정보기관은 공안조사청, 경찰청 소속 공안경찰청, 외무성의 국제정보통괄관조직, 방위성의 정보본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