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이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채무보증, 자금대여 등을 통해 관계사 자금난 해소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법적인 하자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자칫 부실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28일까지 타인에 대한 채무보증을 공시한 기업은 27개사, 30건에 달한다. 채무보증 금액은 총 9491억원 규모로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금액별로는 케이씨씨건설이 두 차례에 걸쳐 분양자 중도대출 총 2229억원의 채무를 보증해 가장 많았고 이어 서희건설(1799억원), 서울반도체(1500억원), 하림(847억원), 스타플렉스(540억원) 순이다.
자기자본대비로는 건설사를 제외하고 스타플렉스가 71.1%에 달하는 금액의 채무를 보증해 가장 많았고 이어 제이콘텐트리(60.12%), 포비스티앤씨(50.05%),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40.01%)가 뒤를 이었다.
보증 대상기업은 계열사가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자회사(3건), 관계사(3건), 관계없음(3건) 순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꽤 많은 기업들이 실적 악화에도 관계사들의 ‘급한 불 끄기’에 동원된다는 점이다. 공동 부실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40% 이상 급감한 스타플렉스가 대표적이다. 스타플렉스는 지난 2월 16일 자회사인 스타케미칼의 540억원(자기자본대비 71.1%) 규모의 채무보증과 함께 자기자본대비 47.7%에 달하는 362억원의 금전대여를 결정했다.
스타플렉스는 또 지난 23일 스타케미칼의 채무 250억원에 대해 설정액 500억원 규모의 담보를 제공키로 했다. 담보로 제공되는 재산은 보유중인 스타케미칼 주식 280만주와 채무자에 대한 대여금(416억원) 채권 근질권 설정 등이다.
실적이 크게 악화된 대성엘텍 역시 지난 1월 계열회사인 천진대성전자유한공사에 20억원(5.29%) 규모의 채무보증과 함께 22억원(자기자본대비 5.7%)을 금전대여했다.
자동차부품회사 대성엘텍은 지난해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36억6433만원, 143억6660만원으로 전년대비 적자 전환했다.
큐로컴은 지난 6일 계열사 지엔코에 자기자본대비 17.22%에 달하는 70억원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큐로컴은 지난해 영업이익 1억7700만원으로 전년대비 91.8% 감소됐다. 같은 기간 매출 98억8000만원으로 12.8% 줄었으며 순손실 5억92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모회사들의 계열사 및 관계사 챙기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사업다각화를 위한 합리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라는 시각과 함께 무리한 식구 밀어주기는 자칫 ‘공동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칫 계열사 도산으로 모 회사인 상장사들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과도한 금전대여나 채무보증 기업의 경우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