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야심차게 준비한 한국판 소비자보고서 ‘K-컨슈머리포트’가 21일 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앙꼬 빠진 반쪽짜리 보고서라는 지적이다. 구매시 품질과 가격이 주요 정보인데 첫 소개품목인 등산화의 품질에 관해서는 자세하게 나왔으나 가격은 ‘정가’만 제시됐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싸게 살 수 있는지 등 핵심적인 정보는 빠진 것이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의 합리적 구매를 위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판단, 소비자종합정보망(스마트컨슈머 ·www.smartconsumer.go.kr)에 K-컨슈머리포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준비해 왔다. 미국소비자연맹이 매년 자동차, 가전제품, 컴퓨터 등 일정 품목을 대상으로 비교 평가해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컨슈머리포트에서 착안했다.
이번 첫 보고서는 공정위 산하기관인 한국소비자원 등이 유명 브랜드 등산화 10개 제품의 치수, 미그럼저항, 내굴곡성(착용중 반복적으로 접히고 펴지는 부위의 손상 정도), 내수성과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실시해 나온 결과를 제품별로 꼼꼼히 제시했다. 심지어 발길이와 발넓이, 발둘레 요인을 고려해 발볼이 넓은 사람과 좁은 사람이 어떤 등산화를 신으면 좋을지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
풍부한 사례와 이미지를 활용해 처음 사는 등산화 구입요령, 등산화 소비자피해 대처 요령, 등산화 사고 대처 요령 등 더이상 조사꺼리가 있을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자세히 나와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품질에서만이다. 보고서에는 제품이 출시될 때 가격표에 표기되는 ‘정가’만 제시됐다. 소비자들이 물건 구매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과 품질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온라인 시장이 발달해 판매형태별 가격 차이가 크다.
반면 미국의 컨슈머리포트 사이트에는 품목별로 개요, 순위, 추천제품, 가격과 상점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가격과 상점 메뉴에는 품목에 해당하는 제품별로 가격의 범위와, 상점별 평가점수와 판매가격이 자세히 기입돼 있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우유, 분유 등을 대상으로 실험과정과 결과에 치중했던 기존 상품보고서와 달리 소비자를 배려해 세심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서술됐다”면서도 “정가만 제시돼 어디서 싸게 살 수 있는지 등 가장 중요한 가격 정보는 부족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