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본주의 이렇게 발전했다] ① 사회주의서 출발...자본주의 대항마되나

입력 2012-03-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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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원리 도입 등 시장 장점 받아들이면서 성장…90년대 러시아 혼란·2008년 금융위기 거치면서 주목 받아

▲중국의 부상에 국가자본주의도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28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 창립 90주년을 맞이해 베이징의 한 거리에 중국 역대 지도자의 사진이 걸려있다. 블룸버그

국가가 경제 통제를 강조하는 국가자본주의는 당초 사회주의 운동에서 출발했다.

독일의 사회주의자로 칼 마르크스의 측근이었던 빌헬름 리프크네히트가 1896년에 ‘우리의 최신 의회’라는 글에서 “국가자본주의가 바로 사회주의”라면서 국가자본주의라는 단어를 탄생시켰다.

초기 국가자본주의는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단계로 여겨졌다.

러시아 혁명을 이끌었던 블라디미르 레닌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국가가 경제를 전반적으로 통제하는 상황에 주목해 국가의 시장개입이 확대되는 현상을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했다.

레닌이 1921년 극심한 경제난에서 탈피하기 위해 신경제정책(NLP)을 추진하면서 식량 징발 대신 세금으로 대체하고 소기업 운영을 허용하는 등 자본주의적 정책을 도입했을 때 이론적 바탕도 국가자본주의였다.

그 후 소련 등 동구권에서 공산주의 계획경제가 득세하면서 국가자본주의는 무대의 뒷편으로 물러났다.

국가자본주의의 부활은 아시아에서 이뤄졌다.

1950년대 일본은 종전 후 엘리트 관료들이 수출 위주의 국가주도 경제정책을 주도했다.

우리나라 역시 1960년대 일본을 본받아 포항제철을 세우는 등 국가자본주의 공식을 수행했다.

싱가포르 초대 총리 리콴유는 지난 1959년부터 1990년까지 총리로 재직하면서 국가가 국영기업을 통해 전략산업에 투자하는 한편 친기업적이고 외국투자를 적극 받아들이며 수출을 촉진하는 등의 정책으로 싱가포르의 발전을 이끌어냈다.

사회주의의 틀에 갇혀있던 국가자본주의가 자본주의의 장점을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탄생한 셈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은 지난 1980년 광둥성의 선전과 주하이를 경제특구 1호로 지정한다.

중국 정부는 경제특구를 통해 해외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국영기업들이 외국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익힐 수 있도록 했다.

국가자본주의는 1990년대 러시아의 극심한 혼란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구소련이 해체되기 시작했던 1989년에 역사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에서 “21세기는 시장이 정부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장과 자유주의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급격하게 시장자유화와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대혼란에 빠졌다.

러시아의 1995년 국내총생산(GDP)은 5년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고 남성의 기대수명은 64세에서 58세로 떨어졌다.

결국 러시아는 지난 1998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았다.

보리스 엘친의 뒤를 잇게 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에너지 등 전략산업에서 국영화를 추진하는 등 국가자본주의를 경제회생의 길로 삼았다.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 생산업체 가즈프롬은 1993년에 민영화됐으나 푸틴 정권은 2004년에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국영기업으로 전환시켰다.

선진국이 금융위기에 허덕이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 등 국가자본주의 국가들은 위기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탈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선진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6%에 불과했으나 중국은 9.2%, 러시아는 4.1%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했다.

정부가 은행들을 통제해 금융산업이 방만하게 운영되는 것을 예방하고 위기 시에는 시장자본주의 국가보다 기민하게 정책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이 이들의 금융위기 극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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