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신문로 한 카페에서 만난 조성하는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난 태생이 물컹한 남자”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초반의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나름의 배려 멘트였다.
불혹을 넘어선 나이에 ‘화차’로 첫 주연을 맡았다. 이젠 명품 조연을 넘어 명품 주연까지 꿰찰 심산인가보다. 조성하는 이런 물음에 ‘옆집 아저씨’ 눈웃음으로 “그냥 ‘화차’ 밖에 할 게 없었다”며 농담으로 받아쳤다.
그는 “드라마 ‘로맨스타운’ 때였다. 변영주 감독이 ‘시나리오 한 번 봐라’며 전화가 왔다”면서 “일단 공식적으로 첫 주연이라 욕심이 났지만, 내용이 참 재미있었다. 만나서 얘기를 나누며 스토리 수정이 계속됐고, 완성본을 본 뒤 ‘이 정도면 꽤 괜찮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성하는 “단순한 논리다. 원작을 읽으면 원작 속 인물의 잔상이 머리에 남는다”면서 “소설 ‘화차’와 영화 ‘화차’는 완전히 다른 구조다. 되도록 시나리오 안에서 캐릭터를 뽑아내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영화 ‘화차’에 대한 팬들과 언론의 평이 뜨겁다. 호평 일색이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란 말이 가장 많다. 김민희의 미스터리함과 이선균의 멜로스러움을 조성하가 탁월하게 조율했단 평이다. 달리 표현하면 조성하는 ‘화차’에서 자신을 철저히 숨겼다.
그는 “그렇게도 내가 보이지 않았나(웃음)”면서 “(연기) 기술적인 면에서 내가 맡은 종근은 경선(김민희)과 문호(이선균) 사이의 감정과 이성적 균형을 잡아줘야 했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며 극의 무게 추 역할을 담당했단 것.
조성하는 ‘화차’를 포함해 ‘황해’와 ‘파수꾼’을 통해 영화배우로 한 단계로 업그레이드 됐다. 세 작품 모두 공교롭게도 누군가를 쫓는다. 또한 충무로에서 가장 ‘뜨거운’ 작품이었다. 세 작품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 ‘황해’의 나홍진, ‘파수꾼’의 윤성현, ‘화차’의 변영주 감독 모두 크랭크인 전부터 조성하에게 무한 사랑을 보냈었다고.
소위 ‘잘 나가고 주목받는 감독’들에게 찜을 당한 기분이 어떨까. 중년의 달관함일까. 별 대수롭지 않단 듯 그는 “능력보단 나의 절실함을 알아봐 준 것 아닐까”라며 “난 철저한 생계형 배우”라고 선을 긋는다.
그는 “장근석 정도의 스텝은 밟아줘야 하는데 큰일이다. 250만이 되면 연습이 들어가려 한다”면서 “만약 관객 분들이 기회를 주신다면 한 번 멋들어지게 춰보겠다”고 몸을 들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