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1년]수출 늘고 적자 줄고…對日 무역 공식 깨졌다

입력 2012-03-06 16:09 수정 2012-03-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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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일본의 경제,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 왔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국가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다.

◇ 대일 무역적자 규모 감소 = 일본 대지진은 무엇보다 한일 무역수지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지난달 2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는 전년보다 21% 감소한 285억8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일본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 폭도 같이 증가하는 기존의 공식을 깬 것이다.

지난달 17일 국제무역연구원에서 발표한‘2011년 대일적자 분석 및 2012년 전망’에 따르면 작년 대일 수출은 전년동기비 41.3% 증가했다. 이는 20여년만에 최고 증가율로 해외 아웃소싱을 천천히 늘리던 일본 기업이 대지진과 초엔고라는 악재를 동시에 겪으면서 우리나라 제품 구매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원은 과거 2차례 적자가 감소했던 당시 자본재 분야에서 적자가 개선된 것에 반해 작년의 경우 원자재 분야에서 적자폭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석유제품의 경우 전체 수출의 5분의 1이상을 차지하며 작년 1월에서 11월까지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30.5%나 급증했다. 이는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내 공급 부족과 한국 정유업계의 설비 고도화에 따른 생산능력 증강에 기인한다.

대일 적자품목이었던 건설광산기계, 합성고무, 조명기기, 공기조절냉난방기기, 음향기기, 사무기기 등 기계 품목들도 흑자로 돌아섰다. 대일 무역수지 개선 폭이 큰 상위 20대 품목을 보면 수출 증가율 평균이 68.8%로 ‘수입 둔화’보다 ‘수출 확대’가 무역수지 개선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또 대일 부품소재 적자도 전년동기 대비 13억달러 개선됐다.

전문가들은 대지진으로 인한 서플라이체인 붕괴가 대일 수출 확대 및 수입 둔화에 직접적 역할을 했지만 이 하나의 요소만 작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기업들의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과 구매가 확산되는 분위기에서 대지진이 일종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것.

금융위기 부터 이어진 ‘초엔고’ 상황도 일본업체로 하여금 해외조달 확대를 유도했다. 최근 1달러 80엔대가 무너지면서 더 이상 비용 절감의 노력만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조사한 설문에서 일본기업의 52%는 1달러 76엔의 엔고 상황이 반년 이상 지속될 경우 ‘부품 조달방법·비율변경(해외조달 확대)’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수출을 견인했던 석유제품과 철강 등의 수출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지진 이후 가동이 중단됐던 설비들이 정상화되면 수출 물량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과거 한국제품 구매 경험이 없던 일본 기업들이 향후에도 지속적인 구매를 할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지 1년이 지난 지금 한국과 일본간의 무역 지형도에는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 LED·생수 수출 증가…석유보관 사업도 추진 =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우리나라의 몇몇 상품들은 전에 없이 수출이 급증했다. 특히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와 주변지역의 토양과 바다가 세슘에 오염되면서 식품안전에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이와 관련해 대체재 수요가 늘어났다.

작년 4월 한국이 일본에 수출한 생수는 총 2만4512㎘(약 81억원 어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동월에 비해 무려 15.7배나 상승한 수치이다. 일본 수도권 일부지역의 수돗물에서 기준치를 웃도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돼 국민들이 수돗물 마시기를 거부하면서 생수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국내 LED(발광다이오드) 수출 물량도 크게 늘었다. 전력난으로 일본의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자 기존의 조명을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현재 업계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규모를 늘리고 있으며 앞으로 LED 조명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은 비상사태를 대비해 한국에 석유 보관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일본은 지진 등 비상사태에 대비해 우리나라에 일본의 비축유를 보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해와 왔다. 또 다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석유운송에 문제가 생기게 될 일본과 비축유 기지 임대로 일정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한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일본의 석유 보관사업은 울산에서 추진 중인 ‘동북아오일허브 사업’과 관련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은 2020년까지 울산신항 매립지에 대형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와 2840만배럴의 석유저장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1조6466억원이 투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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