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직원 마음 못 얻는 은행노조

입력 2012-03-0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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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시끄러웠다. 광장 한 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콘도를 아예 통채로 빌려 투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는 ‘직원들의 한 뜻’이란 명분으로 불합리한 상황(?)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은행권 내 노동조합들의 여러 활동 모습이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반대했던 외환은행의 저항은 익히 알려진 내용. 이밖에 은행 규정에 반대 입장을 내세웠던 SC은행 노조, 민영화와 조직체계 변경 등으로 사측과 의견조율에 난항을 겪는 우리은행 노조, 그리고 최근엔 사외이사 추천을 둘러싸고 사측과 갈등이 깊어진 국민은행 노조까지 다사다난했다.

그러나 이들 노조의 활동 결과는 어딘가 씁쓸하기만 하다. 하나금융과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도 마다하지 않겠다던 외환은행 노조는 새로운 수장이 자리하자 언제 그랬다는 듯 환영한다는 자세를 보였다.

수천명의 직원들의 뜻이라며 파업이란 카드를 내밀었던 노조가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도 직원들의 뜻을 반영한 건지는 의문만 남을 뿐이다. “직원들의 마음이 아직 다잡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분위기를 다스리는 작업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하는 외환은행 관계자는 말에서 직원들의 대변자인 노조의 역할이 진정 내부 사정을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만 하다.

지난해 은행권 최장기 파업을 실시했던 SC은행 노조도 별반 차이가 없다. 성과급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사측과 의견이 충돌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던 당시 지방의 한 콘도에 머물며 38억원에 가까운 투쟁비를 써가면서 호화스러운 파업을 단행했다. 그러나 파업으로 인해 얻은 성과라곤 참가했던 직원들에게 쏟아진 비난여론과 지점 통·폐합 뿐이었다. 얼마전 사측과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한 번 더 파업 가능성을 내보였지만 단순한 으름장에 그쳤다.

노동자의 사회적·경제적인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노동자가 조직한 단체. 노동조합의 사전적 정의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나은 업무 환경을 위해 존재하며 ‘존중(respect)’받아야할 조직은 어느새 ‘위험(risk)’한 존재로 전락해버렸다.

직원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는 본연의 자세를 다시금 되새기고, 잊었던 초심을 찾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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