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새 경영진에 대한 인선도 이 같은 기대가 반영됐을까. 윤종일 농협중앙회 전무이사, 신충식(57) 농협금융지주 회장(은행장 겸직), 김수공(58) 농업경제 대표, 남성우(61) 축산경제 대표, 김학현(57) 손해보험 대표 등 새 경영진 모두 농협의 전·현직 간부로 채워졌다.
신충식 회장은 용산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초대 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되기 직전까지 농협의 2인자 자리인 전무이사를 역임했다. 최원병 회장과의 친분도 두텁다. 수원농고과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한 윤종일 전무이사는 농협중앙회 상무,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장을 거쳤다.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장 자리는 ‘꽃 보직’으로 불릴 정도로 좌천보다는 쉬어가는 곳이다. 경북고와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남성우 축산경제 대표는 사퇴한지 7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회전문만 있었을 뿐 인적 쇄신은 없었다. 외부인사를 영입하겠다며 수선을 피운 것과는 결과가 판이하다.
새 경영진 중 농협중앙회 출신이 아닌 인사는 딱 한 명이다. 나동민(53) 농협생명 대표는 한국개발연구원 금융팀장, 대통령자문 금융개혁위원회 전문위원,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보험연구원 원장 등을 거쳤다. 농협에는 지난 2009년 농협보험 분사장을 맡으며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물론 농협의 회전문 인사를 비판하는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은 이제 시작이다. 안정화가 첫번째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에 오랫동안 몸을 둔 내부인사가 적절하다는 평가도 있다. 농협은 조합원의 출자로 이뤄진 조직이다. 외부인사에 휘둘리기 보다는 내부인사가 주체적으로 개혁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