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스페인 은행들이 지난달 매입한 자국 국채가 월 기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3년 만기 장기 대출(LTRO)을 이용해 은행들이 국채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CB는 작년 12월 LTRO를 통해 약 500개의 은행들에 4890억유로에 달하는 금액을 대출했다.
이는 유럽내 은행들이 자금 사정이 어려워 역내 기업들에 대출을 대폭 줄일 것을 우려한 ECB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투자를 유도하려는 시도에서 실시됐다.
ECB는 29일 얼마나 많은 은행들이 2차 LTRO를 신청했는지 공개할 계획이다.
ECB는 LTRO로 역내 은행들이 채권을 매입하고 기업들에 대출을 늘릴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실제로 자국 국채 보유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ECB의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은행들은 1월 230억유로 어치의 자국 국채를 매입했고, 이탈리아 은행들은 210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매입했다.
이는 월 기준으로 최대 수준이다.
이탈리아 은행들이 보유한 자국 국채는 12월과 1월 사이 13% 증가해 현재 총 2800억유로에 이른다.
스페인 은행들의 자국 국채 보유율은 같은 기간 29% 늘어나 현재 2300억유로에 달한다.
이같은 행보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일치한다고 F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은행들이 LTRO를 받아 국채에 투자하면서 올해 초 국채 금리의 하락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ECB는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국채 매입을 중단했다.
시장에서는 투자 심리가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탈리아가 이날 실시한 국채 입찰에 수요가 몰리면서 낙찰 금리가 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탈리아는 87억5000만유로 규모의 6개월 만기 국채와 올해 12월 만기가 도래하는 35억유로 어치 국채에 대한 입찰을 실시했다.
6개월 만기 국채 금리는 1.202%로 지난 2010년 9월의 1.969%에서 크게 하락했고, 12월 만기 국채 금리는 1.290%를 기록했다.
투자 심리는 이탈리아가 29일 실시하는 국채 입찰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연합 내 12개국의 시중은행간 금리인 유리보에서도 투자 심리가 개선된 신호가 나타났다.
유리보는 지난 3개월간 0.997%를 나타내 ECB의 리파이낸싱 금리인 1.0%보다 낮아 졌다.
다만 은행들은 기업들에 대출을 크게 줄였다고 ECB는 덧붙였다.
은행 대출은 지난달 10억유로를 기록, 작년 12월의 350억유로에서 크게 줄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LTRO로 기업 대출이 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2차 LTRO로 대출 시장이 활발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