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구본걸 LG패션 회장

입력 2012-02-27 10:39 수정 2012-02-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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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家 3세…증권·산전 거쳐 패션서 경영능력 꽃 피워

LG패션은 LG상사로부터 분리된 이후 덩치가 2배 이상 커졌다. 제일모직에 맞설 정도로 LG패션은 국내 패션업계 리더로 성장했다. 그 중심에는 구본걸 회장(55)이 있었다.

구 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표이사 사장’이었다. 새해부터 구본걸 회장 체재로 재편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승진이 LG패션이 규모가 커지면서 그에 걸맞는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됐던 것으로 풀이한다. 규모가 작을 때는 앞에 잘 나서지 않으면서 내실을 기했지만 이제는 덩치가 커진만큼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주는 것도 필요했다는 것이다.

◇6년만에 6000억원대 회사를 1조2000억원대로 두배 성장 = 구 회장이 LG패션을 맡은 건 2006년이다. 이 해 LG상사 대주주간 지분이동 과정을 거치면서 패션사업부문은 독립법인으로 분사했다. 2007년 12월이 돼서야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마무리 짓고 현재에 이르렀다. 당시 매출은 6000억원. 지난해는 1조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2배 이상 규모를 키웠다. 외형만 커진 건 물론 아니다. 2006년 이후 영업이익률은 매년 10%를 넘겼고, 풍부한 현금성 자산과 부동산(신사동 사옥) 등 내실도 탄탄하게 만들었다.

구 회장이 회사를 급신장시킬 수 있었던 건 뛰어난 브랜드 전략이 주효했다. 구 회장은 언론에 얼굴을 비출 때마다 브랜드를 강조했다. 2년 전인 2010년에는 기자들에게 “2015년까지 매출 1000억원 이상의 브랜드 10개를 만들고 그 중 5개를 해외로 진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는 중국에 진출해 있고, ‘해지스’는 LPGA 한국인 통산 100승째를 달성한 최나연 선수가 입으면서 전 세계에 전파를 타고 있다.

그는 항상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인지시키는 중요하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구 회장은 “이제 브랜드를 다양하게 런칭하는 단계는 지났다. 이미 갖고 있는 브랜드를 어떻게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인지시키느냐가 중요하다”며 “닥스, 라푸마의 성공모델을 비춰봤을 때 향후 런칭되는 브랜드도 성공을 확신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특히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여성복과 아웃도어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전까지 LG패션은 그저 ‘반도패션’으로 대변되는 신사복을 떠올리는 게 다였다. 물론 지금은 ‘마에스트로’ ‘닥스’ ‘타운젠트’ ‘TNGT’ 등 다양한 브랜드로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성 브랜드에 대한 구회장의 열정은 대단했다. 2006년 자체 브랜드 ‘모그’를 런칭시킨 이후 ‘TNGTW’ 등 의 브랜드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모그는 스텔라 테넌트, 다리아 워보이, 아기네스 딘, 알렉사 청 등 세계적인 톱모델과 함께하며 출시 초기 럭셔리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모그는 2011년 전국 주요 백화점에서 여성복 브랜드 톱3에 오를 만큼 성장했다. ‘TNGTW’ 역시 매년 3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2009년부터 ‘이자벨 마랑’ ‘레오나드’ ‘조셉’ ‘질 스튜어트’ ‘바네사 브루노’ ‘질 바이 질 스튜어트’ ‘헌터’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들여왔다. 작년에는 전 세계 여성복 매출 1위를 이어가는 고가 브랜드 ‘막스마라’를 국내에 유통시켰다.

LG패션은 2006년 여성복 매출 비중이 10%에 못미쳤지만 지난해 30%대까지 비중을 늘렸다.

◇구회장의 승부수 ‘캐쥬얼’과 ‘아웃도어’ = 구 회장은 항상 옷차림을 강조한다. 시간과 장소에 맞는 옷차림이 패션이라는 그의 패션철학은 경영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명품 여성복 브랜드 ‘막스마라(MaxMara) 2011 가을·겨울 패션쇼’에 참석한 구회장은 패션으로 CEO로서의 당당함을 표현했다.

에르메스 넥타이에 닥스 네이비 수트 차림이 멋지다. 단조롭지만 피트감이 살아있는 수트에 훤칠한 키와 유머스러운 말투가 더해져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CEO의 이미지를 풍겼다.

구 회장은 평소에 자사 브랜드 헤지스를 즐겨입는다. 론칭 12년차에 접어든 헤지스는 CEO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LG패션의 대표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제품의 고급화 전략과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국내 캐주얼 선두 브랜드로 우뚝 섰다.

그의 승부수는 자신이 런칭한 브랜드로 유통채널을 다변화하고 한 브랜드로 골프나 액세서리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 ‘원 소스 멀티유스’ 전략에 그대로 녹아있다.

캐주얼 부문에서 해지스의 위상은 이미 빈폴과 폴로의 양강구도에서 해지스가 더해져 3강으로 재편될 정도로 높다. 2000년 초반만 해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브랜드가 2009년 1500억원, 2010년 1900억원, 2011년에는 3000억원이 될 정도로 고공성장을 하고 있다.

LG패션이 프랑스에서 들여온 아웃도어 대표 브랜드 라푸마는 2011년 업계 추산 연 20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기능성이 주인 아웃도어에 패션을 더해 여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더니 이후 남성들도 가세했다.

◇구본걸 체제 재편…이제는 업계 1위 = LG패션은 지난해 말 구본걸 사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초대 대표이사 사장이 6년만에 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갖췄다.

구 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출신으로 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다. LG증권에서 부장과 이사를 하면서 실무를 익혔고, LG그룹 회장실 상무이사, LG산전 관리본부장 등 LG의 여러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했다. 패션사업에는 2004년에 구 신임 회장이 LG상사 패션사업부문 부사장에 취임하면서 부터다.

구 회장은 산을 좋아한다. 지난 2004년 등산복 브랜드 ‘라푸마’ 출시를 기념해 ‘백두대간 종주’를 진두지휘했다. 구 회장은 등산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으며 브랜드에 그대로 접목시킨다고 한다. 제품 테스트를 현장에서 바로 하니 제품에 반영되는 속도는 그만큼 빠르다. 일종의 체험과 고객과의 접점이 산에서 이뤄지다 보니 브랜드의 발전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

산에서 고객과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얻는다면 회사에서는 사내에서는 임직원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는 일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CEO가 된 이후로는 일반 직원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자주 만들어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제품 기획 등을 향후 전략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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