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지점장’을 꿈꾸는 한 은행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은 국민은행 서울 한강로지점의 김희철 지점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지정장은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북한학 박사를 취득한 지점장이다. 회사의 지원으로 핀란드 헬싱키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후에 나만의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북한학을 공부하게 됐다.
그러나 처음부터 북한에 대한 공부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김 지점장은 “뉴스에서 북한 소식이 나와도 별 관심이 없었다”면서“남이 관심을 두지 않는 영역에서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고 싶었고 그래서 선택한 학문이 북한학”이라고 설명했다. 입행 초기 당시 “평양지점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무심코 말했던 말이 씨가 됐다는 것이다.
생업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언제나 힘들듯이, 김 지점장 역시 박사 학위를 수료하기 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 지점장은 북한학 공부를 시작했을 초기에 북한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었다고 회상한다. 같은 반에 군인, 경찰, 연구원, 공기업 직원 등 전공자들의 이력이 다양했지만 어떤 형태로든 북한과 관련있는 분야에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남들보다 뒤늦게 시작한 만큼 김 지점장은 배로 노력했다. 퇴근 후에 바로 강의실로 직행하는 것은 물론 리포트를 제출해야하거나 시험이 있는 기간일 때는 며칠밤 잠도 제대로 못잤다. 주말은 공부에 몰두할 수 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일이 바쁜 시기에는 수업을 마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남은 일을 처리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반도 통일비용에 관한 연구’에 대한 학위 논문을 완성했다. 김 지점장은 논문에서 통일비용 추정치와 재원마련 방안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정리하고 ‘통일상품권’ 등 기금 마련을 위한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김씨는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 북한학 지식이 현실에서 쓰임새가 늘어날 것”이라며 “통일이 된다면 북한 주민을 위한 금융상품 설계 등 금융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