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에 파견돼 근무하는 특성화고 3학년 학생들이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에 시달리는 등 근무조건이나 환경은 열악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학생 10명 중 4명은 학교에서 배운 전공과 무관한 실습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을 받던 고교생이 뇌출혈 사고로 쓰러진 것도 이 같은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특성화고 3학년 실습생 1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습 학생의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9.2시간에 달한다. 주당근로시간은 49.6시간으로 성인 상용직 주당근로시간 44.4시간보다도 5.2시간 더 길었다.
심지어 하루 14시간, 주 84시간, 월 야간노동시간 154시간, 휴일노동시간 176시간, 잔업시간 100시간의 살인적인 근무를 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 같은 무리한 근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버려진 채 방치돼 있었다. 현행법상 실습 전 기본적인 노동법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노동법·산재예방·성희롱 교육을 받은 경우는 45~65% 불과했다. 실습 시작 전에 표준계약서를 제대로 체결한 경우는 10명 중 4명에 그쳤다.
게다가 실습을 통한 교육적 목적도 퇴색하고 있었다. 응답한 학생의 38.8%는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학교가 학생을 파견하는 기준은 학생 희망을 중시하는 경우가 54.8%로 가장 많았지만 기업체의 요구에 맞춘다는 응답도 24%나 됐다.
실습생들이 인격적인 무시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학생들 중 18.3%는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5.8%는 폭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심지어 전체의 3.8%는 성적인 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5%는 작업 중 사고를 경험했으나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은 경우는 없었다.
실습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월 124만원이었다. 가장 많이 받는 학생은 230만원을 받는 반면 한 달 월급이 70만원에 그치는 등 개인차도 컸다. 실습생이 파견되는 산업체 중에는 시행령상 실습근무를 파견할 수 없도록 규정된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 비율이 23%에 달했다.
임상혁 노동환경연구소장은 “현장실습은 그 교육적 목적을 상실한 노동과정으로 전락해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전공과 상관없이 단순 노동인력을 제공하는 수단이 됐다”고 꼬집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와 관련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 및 근로기준법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환식 교과부 직업교육지원 과장은 “현장실습 관련 교육 강화 등에 7억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해 놨다”며 “2월말 쯤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