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피해자 보상 논란이 들끓고 있다. 당초 국회 정무위는 재원을 정부 출연금을 통해 마련하려고 했다. 하지만 혈세로 피해자를 보상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하자 슬그머니 예보의 저축은행 특별계정으로 재원을 바꿨다.
저축은행 특별계정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가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키던 날, 예금보험공사법 개정안은 논의되지도 못한 채 폐기됐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의 시한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이 바닥을 보이고 있으니 운용 기한을 늘려달라는 당국의 요청을 묵살한 것이다.
특별계정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방식으로 운용된다. 한도가 15조원 정도다. 예보가 일단 돈을 빌려서 예금자들에게 5000만원까지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특별계정에 들어오는 보험료로 그 돈을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이미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의 처리에 최대 17조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초 부산저축은행에 이어 9월에도 제일·토마토저축은행 등 대형사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예상보다 구조조정의 강도가 셌던 탓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현행 2026년인 특별계정 기한을 5년 더 연장하면 5조원 정도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오는 4월 이후 대형 저축은행들이 포함된 적기시정조치 유예 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가 또 터질 수도 있지만 법안 통과는 이미 물 건너가버렸다.
추가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5000만원 미만 예금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금도 부족한 데 5000만원 초과 예금자는 물론 후순위채 투자자까지 다 보상을 해주라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의 타당성은 차지하고서라도 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특별계정 기한도 연장해줬어야 하는 게 상식에 맞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법 추진이 단지 쇼일 뿐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