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던 철새도 돌아온다는 총선의 계절이지만 해도 너무한다. 원칙도 기준도 없는 복당 허용에 지역에서 뛰던 예비후보들만 죽을 맛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각종 비리·비위에 연루됐던 인사는 물론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던 해당행위자에 대해서까지 ‘묻지마’ 복당이 이뤄지면서 당내 반발도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주로 친박(박근혜계)를, 민주통합당은 당선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을 복당시켰다.
새누리당은 지난 3일 당원자격심사위를 열어 ‘수해골프 파문’을 일으킨 홍문종 전 경기도당 위원장과 해당행위를 한 현경대 전 의원, 철새 유성근 전 의원 등의 복당을 결정했다.
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 전 위원장은 2006년 7월 당 지도부의 골프 자제령을 어기고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제명됐다. 2007년 대선 경선 때에는 박근혜 후보 지지모임인 ‘국민희망포럼’을 주도하는 등 대표적인 친박 인사라는 점에서 비난이 더욱 거세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경기 의정부을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의원도 대표적인 친박계다. 그는 대선 경선 당시 ‘한강포럼’을 이끌었다. 제주지역에서 5선을 지냈지만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자 무소속 출마를 위해 탈당을 감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제주갑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16대 총선 때 경기 하남에서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후 18대에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당을 떠났다가 이번에 복당하면서 하남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충북 청주을에 출사표를 던진 김준환 변호사의 경우도 18대 때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한 뒤 미래연합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한 전력이 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박인균 의정부을 당협위원장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문제 인물을 복당시켜 다시 비판을 초래한 것은 그간의 쇄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이 출마하는 경기 하남의 한 예비후보도 “하남을 철새도래지로 만들 수는 없다”고 힐난했고, 또 다른 예비후보도 “원칙 없는 복당은 또 다른 탈당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당 지도부는 복당을 받아들인 대신 공천심사 시 일정부분 페널티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영철 대변인은 “다수 비대위원들이 우려를 표시했고, 향후 공천 심사 과정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사정도 비슷하다. 민주당은 자당에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18대 총선을 앞두고 낙천되자 당을 뛰쳐나가 자유선진당에 입당해 당선된 이상민 의원을 최근 복당시켰다. 대전 유성에서 한 표를 더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역시 복당된 신동찬 전 민주당 예산·홍성 지역위원장도 18대 총선 전 탈당 후 자유선진당에 입당해 같은 지역 당협 부위원장을 지내다 이번에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와 공천을 신청한 전형적인 철새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