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김’ 은 3대에 걸쳐 은행장 자리를 바통 터치 했다. 김 회장이 97년도에 은행장을 맡았으니 ‘3 김’ 이 15년 동안 하나은행을 이끌어오고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해, 금융권력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쓰리 김’ 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 김’ 은 맘이 편치 않다. 천신만고 끝에 이루고 싶었던 것을 이뤘지만 이들을 둘러 싼 환경이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론스타 해법 찾고 두 金 사의 = 먼저 2인자로 통했던 김종열 사장이 유탄을 맞았다. 김 사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사의를 밝힌 상태다. 그는 누누이 “스스로 결정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포스트 김승유로 생각했던 인물이 사의를 표명하자 당시 하나금융지주는 물론 금융계가 충격을 받았다.
‘3 김’ 의 정점에 있는 김승유 회장도 사의를 밝힌 상태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사의 번복을 종용했지만 워낙 뜻이 강해 무위(無爲)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3 김’ 중 두 명은 금융계의 모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모세가 가나안 땅을 코 앞에 두고도 못 들어갔듯이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를 만들어 놓고 자의건 타의건 그 영광은 후배들에게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양(兩) 김이 왜 사의를 밝혔는지, 그 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관찰자로써 추측컨대 지배구조와 관련 외부적인 충격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과거 신한은행이 내부적인 문제로 지배구조가 흔들렸다면 이번 경우는 밖에서부터 흔들기가 있었을 거란 얘기다.
실제 이번 사태는 ‘론스타 문제’ 가 정치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터졌다. 이 와중에 감독당국은 ‘론스타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양 김’ 이 희생양처럼 되면서 외환은행 인수를 포함한 ‘론스타 문제’ 가 일사천리로 결론이 났다.
하나금융지주와 은행 임직원들은 속으로 울분을 삭이고 있다. 직접적으로 대 놓고 얘기는 못하지만 “왜 지금 양 김이 떠나야 하느냐” 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보이지 않은 손’ 에 의해 ‘양 김’이 그런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정태 행장은 이런 점에서 그들에게 마지막 자존심이다. ‘3 김’ 중 한 명 남은 김 행장이 하나금융지주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행이 분위기는 긍정적인 것 같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김 행장을 김 회장 후임으로 마음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관료출신 또는 젊은 피 발탁 가능성도 나왔으나 이치와 상식에 맞지 않아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하나금융지주 지배구조는 순리대로 풀어나가는 게 맞다. ‘양 김’ 의 행보를 놓고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는 가운데 또 지배구조에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하나금융지주나 은행산업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 지배 안 돼 = 정부나 금융당국은 이번 기회를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만드는 선례로 만들어야 한다. 내부문제만 없다면 금융기관 스스로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만들어 가도록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배구조와 관련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사외이사 중립성 강화 등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 회장이 상장사 최초로 국민연금에 사외이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런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다.
다음 정권에서도 금융계에 ‘3대 천황’ 이니 ‘4대 천황’이니 하는 단어가 등장하면 그건 경제대국으로서 수치다. 자리 하나 만들기 위해 흔들어댄다거나 ‘코드’ 와 ‘끈’에 의한 정실 인사가 횡행하면 금융 산업은 낙후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건 CEO를 뽑고 교체하는 기업문화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으로 도약하려면 자본 확충도, 인재양성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인사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하나금융지주 이사회의 행보가 중요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