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겹친 이건희 회장, 한남동서 무슨 생각을…

입력 2012-02-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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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의 소송 잇단 패소·재벌 압박…두 달 넘도록 서초사옥 모습 안보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두 달이 넘게 서초사옥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정치권의 재벌 압박수위가 높아지고,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이건희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해외출장 등 특별한 일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서초사옥에 출근해 경영현안을 점검했다.

지난해 12월 1일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참석 이후 이 회장은 서초사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후 지난달 삼성 신년하례식과 생일만찬, CES 2012 등 세 차례 외부 공식행사에만 모습을 보였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그룹은 지난해 비약적인 성장을 하면서 올해 사상 최대규모의 고용과 투자계획을 세웠다. 평소 이 회장이 투자와 고용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올해도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재계 1위인 삼성그룹과 이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나 정치권이 재벌개혁에 대한 언급이 있을 때면 삼성그룹의 입장이 재계의 잣대가 되는 경우가 관례처럼 됐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맏형격인 삼성그룹의 움직임이 다른 그룹 행보의 ‘좌표’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고조되는 재벌개혁 움직임이 이 회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재벌들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비난이 높아짐에 따라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제빵제과사업을 철수키로 결정하자 LG그룹(아워홈), 현대차그룹(오젠), 롯데그룹(뽀숑) 등도 잇따라 골목상권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유럽에서 진행 중인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는 점도 이 회장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을 상대로 한 프랑스, 이탈리아에서의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과 독일, 네덜란드에서가 가처분 소송 항소심에서 연이어 패소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강력한 특허무기였던 3세대 통신 표준특허를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몰리면서 난처한 상황에 몰리게 됐다.

현재 이 회장은 한남동 자택과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으로부터 그룹 현안에 대해 보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이 회장은 간접적으로 본인의 의지를 그룹 최고경영진에게 전달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에서 김순택 실장이 언급한 “담합은 해사행위로 사장책임으로 생각하라”는 내용도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 삼성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언제 다시 출근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이 회장이 다시 출근을 하면서 던질 화두는 올해를 포함한 삼성의 중장기적 경영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힌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연초에 경영화두를 제시했을 때와 현재 대내외 경영환경이 다시 변화돼 이 회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며 “현재의 난국을 헤쳐나갈 방법뿐만 아니라 그룹의 지속경영발전과 후계승계문제 등 중장기적 경영구상을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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