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군 복무를 할 때 선임병으로부터 들은 충고다. 군대는 소통이 힘든 조직이니 개선은 꿈도 꾸지 말고 적당히 의무복무 기간만 마치라는 조언이었다. 큰 사고가 터지지 않으면 스스로는 개선책을 찾지 않는다고 군대를 꼬집었던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말은 군대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최근 증권가에서 큰 사고가 터졌다.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이하 CNK) 주가조작 사건이 발생해 많은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이다.
지난 2010년 12월 이전까지 최고가가 4280원에 불과했던 CNK는 2010년 12월17일 외교통상부가 CN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획득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연일 폭등하기 시작했다. 발표 전날 3465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지난해 8월19일 장중 1만8500원까지 5배가 넘게 뛰었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는 카메룬 광산의 매장량이 과장됐다는 의혹에 해명까지 해가며 떨어졌던 주가를 다시 끌어올렸다. CNK의 오덕균 대표와 계열사 임원들은 수백억~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과 검찰수사가 이어지며 CNK의 주가는 연일 하한가를 기록, 3000원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정부가 개입한 희대의 주가조작 사건이지만 아직 검찰이 수사 중이니 이렇다 말할 사안은 아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을 다루는 금융당국과 정부의 태도다. 사건이 터지자 부랴부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주가조작 범죄에 대해 최고 13년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양형기준안을 심의·의결했다. 금융감독원도 정치, 바이오, 자원개발 등 시장테마에 편승한 불공정거래 개연성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 루머단속도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미 외교부의 발표를 믿고 투자한 1만3000여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는 되돌릴 수 없는 때였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움직이는 늦장대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더 피눈물을 흘려야 정부와 금융당국이 먼저 움직일 것인가.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처를 하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연이어 터지는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