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그치지 않고 총장직선제 폐지 등 국립대학의 구조개혁을 강요했으며 등록금 심의를 강화하는 등 대학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당국의 구조조정 방식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 취업률, 학생 충원율과 같은 기업평가 방식을 주요 평가 지표로 삼고 대학 자율화에 어긋나는 잣대를 들이대 엄한 ‘대학 때리기’에 그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의 구조조정 칼바람은 올해 대학가를 한층 더 날카롭게 할퀴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부실 대학으로 선정된 청평화대가 이례적으로 감사 기간을 연장했고 교대 총장공모제 도입 법령마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개혁위는 최근 ‘2012년도 대학구조개혁 추진 기본계획안’을 심의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지속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들에는 경각심을 줘 대학교육의 질 관리에 나서겠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취학연령층 감소로 10년 후에는 대학입학자 수가 지금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 투자, 교육환경 개선 등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대학수를 줄이거나 정원을 줄이는 것이 구조조정의 피치 못할 경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과부의 올해 대학구조개혁 추진 기본계획안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9월에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을 지정하고 12월에는 경영부실 대학을 선정해 발표한다.
국립대 지배구조 개선과 대학운영 성과목표제 도입, 학장공모제 등을 담은 2단계 국립대 선진화방안은 26일 최종 확정됐다. 특히 올해 8월 강원대를 시작으로 직선제가 아닌 방법으로 선출된 총장이 임용될 예정이다.
사립대에 대해서는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학자금대출 제한대학→경영부실 대학→퇴출’의 단계에 따른 구조개혁이 상시로 진행된다. 예고대로 사립대학 평가지표에 법인지표도 포함하며, 정보공시 지표를 부풀리거나 허위로 작성한 대학은 정부재정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은 “취업이 쉽지 않은 예체능계와 고용시장이 작은 지방대 등은 무시한 독단적인 행동”이라며 “고등교육의 본질을 무시한 시장만능주의적 조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취업률이 낮은 대학일수록 교육의 질이 부실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대졸자 취업난의 가장 큰 요인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정부는 대학 교육의 부실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마녀 사냥 식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국립대 선진화란 명목으로 진행된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 선정은 총장직선제 폐지, 대학운영 성과목표제, 학장 및 학과장 공모제 등을 포함시켜 국립대마저 시장화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완전히 무시했다.
지방 국립대 A교수는 “교육당국은 국립대가 사립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근거 없는 말을 내세워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며 “총장직선제 폐지를 받아들이면 이를 없던 일로 하겠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구조개혁위 구성도 납득할 수 없다. 위원 20명의 명단을 보면 대한서울상공회의소 회장, 삼일회계법인 대표, 전 현대자동차 연구개발총괄본부장,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상무 등 산업·경제계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대학의 자율성과는 거리가 먼 기업인들이 만드는 구조개혁안은 교육의 시장화를 가속화시킬 뿐이다.
전문가들은 “교과부는 시대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대학을 바꾸고 있다”며 “교과부는 새 시대에 맞는 진정한 대학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