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뿌리를 찾아서]⑪OCI-인천 소다회 공장

입력 2012-01-17 14:32 수정 2012-01-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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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 소재 소다회 국산화…화학 외길 뿌리내린 곳

▲동양화학은 회사 설립 10년만인 1968년 인천 소다회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화학 사업에 돌입했다.
눈이 와도 즐겁고, 태양이 나와도 기쁜 기업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폭설이 잦아지면서 제설제로 쓰이는 염화칼슘을 독점 생산하는 OCI가 주인공이다. OCI는 올 겨울 지방자치단체, 한국도로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에 염화칼슘 약 1만3000톤을 공급키로 했다. 이는 지난해 조달청을 통해 이뤄진 공급량 1만톤에 비해 약 30% 늘어난 규모다. 그야 말로 땅집고 헤엄치기다.

그런 OCI가 염화칼슘 보다 더 기대하는 사업이 있다. 바로 ‘태양광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폴리실리콘 사업이다.

OCI는 현재 폴리실리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KCC, 웅진폴리실리콘과 생산규모를 비교해도 현격한 차이를 보일 정도로 독보적인 선두업체다. KCC와 웅진폴리실리콘이 연산 5000~6000톤 규모인데 비해, OCI는 연산 4만2000톤이다.

때문에 OCI의 눈은 국내가 아니라 세계로 쏠려있다. 현재 생산규모로 이미 세계 2위권으로 도약했고, 조만간 증설을 통해 세계 1위 업체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태양광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세계 1위가 되는 것. 삼성, LG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이루기 힘든 일이다.

이는 화학기업으로서 OCI의 든든한 뿌리와 앞을 바라본 투자가 적절히 조합돼 나타난 결과다. OCI는 창업부터 현재까지 모든 사업의 기초를 ‘화학’에서 찾을 정도로 화학사업에 대한 애정이 크다. 화학이라는 든든한 뿌리가 폴리실리콘으로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현재의 OCI를 만들었다.

◇동양화학 설립…인천 소다회 공장으로 첫발 = OCI의 모태는 지난 1959년 설립된 동양화학이다. 석회 및 시멘트 사업을 하던 고(故) 이회림 창업주는 삼척에서 가성소다를 생산하던 동양화학을 인수, 화학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소다회란 유리제품, 조미료, 염료, 의약품, 농약, 세제 등에 쓰이는 소다공업의 2대 제품 중 하나다. 대부분 생활필수품 소재다. 소다회를 직접 생산, 수입대체를 통한 국가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이회림 창업주의 의지가 컸다.

소다회 공장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는 196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회림 회장은 미국, 일본, 독일 등 글로벌 기계 제작사들을 대상으로 기계 설비 지명입찰을 진행, 초기에 미흡했던 기술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보완했다. 결국 일본 IHI(Ishikawajima-Harima Heavy Industries)가 동양화학 소다회 공장 기계설비 제작사로 선정됐다.

OCI의 발상지인 동양화학의 소다회 공장은 인천시 남구 학익동에 건설됐다. 당시 동양화학은 공업용수가 문제였던 지역 상의 문제로 인해 학익동과 옥련동 앞에 위치한 해안을 매립, 80만평 부지를 조성하면서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소다회의 본격적인 생산에 앞서 동양화학은 인재 확보에도 박차를 가했다. 1967년 동양화학은 국내 각 대학의 인재들을 선발, 일본 야마구치 소재 센트럴그라스 소다회 공장으로 연수를 보냈다. 1개월 연수 후, 2개월 동안 기술적인 트레이닝을 받도록 하는 등 소다회 생산을 위한 인재를 육성했다.

동양화학은 1968년 인천공장을 완공, 연산 6만5000톤의 소다회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준공 첫해 동양화학은 소다회를 비롯해 부산물 등 약 2만톤을 생산, 약 3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인천공장을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해선 원활한 전력 공급이 필요했다. 동양화학 인천공장이 사용하는 전력량은 당시 전체 인천시민이 쓰는 양과 비슷한 정도. 때문에 인천공장에선 정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소다회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이회림 창업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기 국내 기업으로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열병합발전소를 인천공장 내에 건설했다. 국내 최초였다. 동양화학의 열병합발전소는 인천공장의 남은 전력을 한국전력공사로 공급하면서 당시 국내 전력 수급에도 기여했다는 평이다.

2012년 현재 인천공장에선 소다회 대신 염화칼슘 등을 생산하고 있다. OCI가 2004년부터 인천공장의 소다회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 대신 미국 와이오밍에 위치한 OCI 현지법인에서 천연소다회를 직접 생산 중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염화칼슘이 겨울철 OCI의 화수분 역할을 하고 있다.

▲OCI의 새로운 도약을 이끈 폴리실리콘 사업. OCI 연구팀이 생산한 폴리실리콘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다.
◇'화학'으로 뭉쳐 국가발전에도 기여 노력 = 동양화학은 우리나라 경제발전과 발맞춰 수출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양화학은 1970년 활발했던 우리나라의 신발 수출에 맞춰 천연고무 필수원료인 화이트 카본(White Carbon) 합작사를 설립했다.

또 국내 TV 수출이 활발할 때는 브라운관의 필수 재료인 탄산카리 약품을 생산하는 합작사를 설립해 삼성코닝과 한국전기초자에 납품했다. 일본 NEG(Nippon Electric Glass)에도 일부 수출했다.

1980년대 반도체 생산이 국내에서 본격화되자 동양화학은 골드 와이어(Gold Wire)을 생산했고, 88서울올림픽 확정 당시 서울의 공해 방지 정책이 나오자 배기가스 정화용 촉매를 공급하는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70년대부터 시대별 국가 주력 사업의 소재를 뒷받침하기 위해 동양화학은 화학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무리한 사업다각화보다는 남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업에서 국가와 회사의 미래를 찾고자 했던 동양화학과 이회림 회장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회림 회장은 이 같은 국가경제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9년 ‘한국의 경영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1년 동양제철화학이 탄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양화학은 당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제철화학과 제철유화를 인수, 사명을 동양제철화학으로 변경했다. 3사 합병이지만 공통점은 역시 ‘화학’이다. 화학 분야에서의 오랜 기술력과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미래에 대한 투자인 연구개발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평가다.

◇새로운 도약 ‘폴리실리콘’… OCI의 ‘선견지명’= 2001년 11월 당시 3사 합병을 앞두고 동양제철화학은 새 수장을 맞이한다. 이회림 창업주의 아들 이수영 현 회장이다. 이수영 회장은 OCI의 새로운 도약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폴리실리콘 사업 때문이다.

OCI의 폴리실리콘 사업은 동양제철화학 시절이던 1995년부터 구상돼 왔다. 1990년대 개인 PC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늘면서 반도체 시장이 커졌기 때문. 폴리실리콘은 반도체에 들어가는 필수 재료다.

하지만 워낙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보니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글로벌 업체인 바커나 햄록도 당시 폴리실리콘으론 큰 돈을 만지지 못하고 있던 상황. 동양제철화학은 고민을 거듭하다 IMF 사태로 인해 사업계획을 접었다.

하지만 동양제철화학은 폴리실리콘 사업에 대한 시장조사를 물밑으로 꾸준히 진행했다. IMF 여파가 사라진 2004년, 드디어 동양제철화학의 폴리실리콘 사업이 본격 착수했다. 미래 신재생에너지로 태양광 시장이 발전할 것이라는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고품질의 폴리실리콘은 반도체로, 6나인(99.9999%)급의 폴리실리콘은 태양광용으로 쓰인다.

이후 이수영 회장의 적극적인 폴리실리콘 사업 추진이 진행된다. 국내 최초 폴리실리콘 기업의 탄생이다. 기업의 신성장동력을 설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끄는 이수영 회장의 추진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동양제철화학은 2500억원을 투자한 연산 3000톤 규모 폴리실리콘 공장을 2008년 완공하면서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폴리실리콘 사업을 시작하면서 동양제철화학이었던 사명도 OCI로 바꿨다. 폴리실리콘 생산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한 셈이다.

2008년 제1 공장 설립 이후 현재까지 OCI는 네 번째 공장까지 증설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4만2000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국내 1위, 세계 2위권이다.

OCI는 현재 전북 새만금단지에 제5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오는 2013년 준공되면 OCI는 총 생산규모 8만6000톤으로 글로벌 업체인 바커, 햄록을 제치고 세계 1위 폴리실리콘 업체로 부상한다.

다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태양광 시장의 불황이 장애요소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OCI가 순도를 높이는 기술력과 함께 규모의 경제까지 실현하고 있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폴리실리콘 생산 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품질과 원가경쟁력인데 OCI는 이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오히려 이번 태양광 불황 여파가 OCI의 경쟁력을 더욱 부각시키며 업계의 구조조정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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