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권이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금융기관들을 공격적으로 사들일 기세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미국 금융위기 당시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월가 일부를 사들인 저력을 다시 한번 재연하고 있다.
자산 규모 일본 2위 금융그룹인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SMFG)은 16일(현지시간) 영국 대형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에서 항공기 리스 사업 ‘RBS 항공기산업캐피털’을 72억달러에 인수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SMFG는 중국 국영 국가개발은행(CDB)과 미국 웰스파고와 막판까지 접전을 벌이다 낙찰에 성공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CDB가 최고가를 불렀지만 결정력 면에서 SMFG에 밀렸다고 전했다.
CDB는 국영인만큼 인수 조건을 정부에 보고하느라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 인수 대상의 자산가치나 예상되는 수익력, 리스크를 조사·분석하는 것)’와 결정에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RBS에서 항공기 리스 사업을 인수하게 된 SMFG는 기세등등하다.
이번 거래는 유럽 채무위기가 본격화한 이래 일본 은행에 의한 유럽 금융기관의 사업 인수 중 최대 규모다.
또 SMFG는 항공기 90기를 보유해 리스 부문에서 세계 15위이지만 RBS항공기산업캐피털 인수로 항공기가 340대로 늘어 4위로 부상한다.
SMFG는 산하 미쓰이스미트모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스앤리스, 스미토모상사 등 3사가 공동으로 RBS항공기산업캐피털을 인수할 예정이다.
SMFG는 일본 항공기 리스 시장이 한계점에 다다른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 등 신흥국의 급성장으로 세계 항공 수요가 확대하는 가운데 항공기 리스 시장은 수익성이 유망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항공기 대수는 오는 2030년에는 현재의 2배인 4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RBS는 금융 위기 당시 총 455억파운드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받고 사실상 국유화됐다.
RBS는 향후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비핵심 사업을 처분하고 있다. RBS항공기산업캐피털 매각도 그 일환이다.
RBS의 항공기 리스 자회사인 RBS 항공기산업캐피털은 RBS의 최대 비핵심 자산으로 업계에선 세계 5위를 자랑한다.
당초 매각액은 최대 80억달러였지만 경제와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72억달러까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RBS는 지난 2010년 소매부문을 스페인 대형은행 방코산탄데르에 매각, 앞으로 보험자회사도 매물로 내놓을 계획이다.
또 글로벌 은행 부문을 대폭 압축하는 차원에서 1만9000명의 인력 중 30%를 내보낸다는 방침이다.
유럽 은행들은 역내 재정위기 여파로 보유하고 있던 국채 가격이 폭락해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 은행감독 당국의 방침에 따라 은행들은 오는 6월말까지 핵심자기자본비율을 9%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유럽 은행들은 이 기준을 만족시키려면 총 1147억유로의 자본을 확충해야 할 것으로 추정, 자산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재무 상태가 안정된 일본 은행들이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