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서 촉발된 정치권 뒷돈거래 관행이 대선후보 경선자금에 이어 고질적 병폐인 공천헌금 문제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재원 법률지원단장은 10일 “18대 국회 비례대표 공천때 공천 신청을 하려다가 돈 공천 얘기를 듣고 포기한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정당에선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각 후보들로 부터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받아왔다는 게 정가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공천헌금은 일종의 ‘특별당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당의 총선 자금에 보태 왔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후보들은 이와 별개로 공천을 받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 준 특정계파나 정치집단, 개인 등에게도 상납금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정당역사의 오랜 관행이자 불편한 진실이라는 설명이다.
한나라당 당대표를 지낸 모 의원의 보좌관은 11일 기자와 만나 이 같은 과거 사례를 설명하며 “공천헌금은 적게는 3억에서 5억, 많게는 50억까지 받아 왔다는 게 정설”이라며 “이참에 돈봉투 사건과 함께 대대적인 공천개혁을 단행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L부대변인은 “비례대표 공천을 받으려면 관례적으로 당에 내야 하는 돈이 3~5억이며, 이와 별도로 계파 등에 내는 돈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당에선 이 돈으로 총선자금에 보태 쓰고 있다”면서 “계파에서 받은 돈은 그 계파 총선후보들의 선거자금으로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도 “공천헌금은 어느 정당도 예외가 없고 하루 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라며 “과거엔 더욱 심했다”고 밝혔다. 정당들의 공천헌금 관행은 검찰 수사결과에서 드러난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현 미래희망연대) 서청원 대표는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노식으로 부터 15억원을, 양정례와 그의 모친에게서 각각 10억여원, 16억원을 받아 대법원으로 부터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았다.
같은 해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도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이한정으로 부터 당채 6억원을 사게 해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런 관행 때문에 비례대표 후보로 나설 이들의 고민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나라당에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고민 중인 한 당직자는 “큰 거(1억원) 다섯 장은 있어야 하는데, 집을 팔수도 없고 고민”이라며 “돈봉투 사건이 터졌으니 이런 관행도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 관계자도 “비례대표는 전문성 있는 사람들을 뽑는 것인데, 전문성만으로는 공천을 받을 수 없다”며 “공천헌금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