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 기업들이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재정위기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고조되면서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작은 회사채 발행을 선택한 영향이다.
지난해 전세계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나 신주발행 등 증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전년 대비 28% 감소한 6173억달러(약 713조원)로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톰슨로이터를 인용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성장 시장으로 각광받아온 아시아에서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조달한 자금 규모는 2048억달러로 전년보다 40% 줄었다.
중국의 경우 인플레 저지를 위한 긴축정책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하면서 대표 주가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22% 하락했다.
이 때문에 대규모 IPO가 몰린 2010년과 달리 2011년에는 기업의 자금 조달 의욕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같은 기간 미국 기업들은 증시를 통해 1792억달러를, 유럽 기업들은 1459억달러를 각각 조달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10% 감소한 수준이다.
이들 지역은 유럽 재정위기가 절정에 달한 여름 이후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 의욕이 급격히 꺾였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의 이토 마리 자본시장본부 공동 본부장은 “유럽 증시 급락 등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의 리스크 허용도가 낮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시장 부진으로 전세계에서 IPO를 연기한 건은 300건 이상으로 3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0개 이상의 기업이 신주 발행을 연기했다.
기업들은 주식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꺼리는 대신 채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장기 금리가 낮은 수준에 안착하면서 저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 국채에는 안전자산을 추구하는 투기 자금이 대규모로 흘러들었다.
지난해 전세계 회사채 발행 규모는 2조5363억달러로 전년 대비 1% 감소하는 데 그쳐 주식시장과 대조를 보였다.
미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소폭 증가했고 유럽 기업의 회사채 발행도 5% 감소하는 데 머물렀다.
미국 채권투자업체인 뮤즈니치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재무 상태가 건전해져 회사채는 리스크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그러나 기업들의 주식 시장 이탈이 새로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재정 위기와 신흥국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 활동도 제한돼 세계 경제를 한층 둔화시킬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