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대학은 미래다]대선공약서 촉발…"대학교육 어떻게" 근본적 논쟁 불러

입력 2012-01-06 09:43 수정 2012-01-0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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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반값등록금'은 현재진행형

#지난해 반값등록금 논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화두였다. ‘미친 등록금’이라고 불리는 초고액의 등록금 부담을 견디지 못한 대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고 이는 대한민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교복을 그대로 입고 나온 고등학생과 30대 이상의 학부모 세대까지, 수만 명의 시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정부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등록금 완화 방안을 속속 내놓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학생들의 요구와는 동떨어져 반발을 샀고 반값등록금 논란은 2012년 새해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허구에 그친 ‘반값’…정부 대책, 학생요구와 엇박자 = 지난해 3월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학생들이 시작한 반값등록금 투쟁은 다섯 달 넘게 이어졌다. 계속되는 물대포와 경찰 연행에도 반값등록금 약속을 지키라는 학생들의 요구는 멈추지 않았다.

정부는 등록금 자체를 낮추는 대신 장학금을 통해 부담을 경감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결국 대통령선거 당시 약속한 반값등록금을 포기한 것이다. 여기에 전체 대학의 명목등록금을 일괄적으로 낮춰달라는 요구도 묵살했다.

최근 반값등록금의 아류인 국가장학금에 대한 정부 예산이 당초보다 2500억원 늘어난 총 1조7500억원으로 확정됐다.

이 가운데 7500억원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저소득층(소득 10분위 중 1~3분위) 학생을 위한 ‘국가장학금 I유형’에 활용한다. 나머지 1조원은 저·중소득계층(1~7분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쓴다. Ⅱ유형의 경우 대학의 등록금 인하 및 장학금 확보 노력에 맞춰 차등 지원한다.

결국 중간 소득 계층의 대학생들은 1인당 평균 113만원 가량을 장학금으로 받게 된다. 지난해 사립대 평균 등록금 769만원의 14.7% 수준이다. 대학생들이 당초 요구했던 반값등록금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애초 반값등록금 논란을 불러일으킨 진앙지는 대통령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극심한 등록금 고통을 해결하겠다며 2007년 대선 당시 반값등록금을 공약했지만 임기 4년이 지나도록 지키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은 대학 자율화 조치 이후 꾸준히 인상돼 왔고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1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공립대학 및 대학원(석사과정)의 연평균 등록금은 5315달러를 기록해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미국(6312달러) 다음으로 높았다. 사립대학 및 대학원 등록금(9586달러)도 미국(2만2852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정부가 민간에 보조하는 학생 장학금(6%)과 학자금 대출(5.4%) 비율은 OECD 평균(11.4%, 8.9%)에 크게 못 미친다.

오랫동안 개인 부담의 영역이었던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과 대학생을 둔 가계에 심각한 타격과 부담을 줄 수밖에 없었다. 대학생들이 생활고를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불법다단계까지 이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며 청춘을 낭비하지만 마땅한 대안은 없다. 연이은 휴학만이 최후의 보루였다.

대학생 심상진(25)씨는 “대학생들에게 반값등록금은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정부는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내세워 벼랑 끝으로 내몰린 대학생들을 기만했다”고 비난했다.

▲2011년 6월10일 수만명의 대학생과 시민들이 '반값등록금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에 모였다. 다섯 달 넘게 이어진 반값등록금 투쟁은 작년 한해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사진=노진환 기자)
◇‘일촉즉발’ 들끓는 여론…논란은 여전 = 대학가는 벌써부터 들끓고 있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들이 맞물려 있는데다 반값등록금 신호탄을 쏜 서울시립대의 파급효과 또한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 총학의 ‘등록금 투쟁 연대’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학생회에서 활동 중인 A(21)씨는 “지난해 가장 먼저 총학 선거를 치른 서울시립대를 시작으로 주요 대학들이 총학 선거에서 빠지지 않고 등록금 공약을 내세웠고 이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반값등록금 문제는 총학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올해도 학생들은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등록금 문제에 대해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생단체 전국학생행진은 “정부가 내년도 고등교육 예산을 다소 늘리긴 했으나 이는 실효성이 없는 생색내기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2012년에도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등록금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좀 더 고심해야 한다. 이번 대책은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미친 등록금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근시안적 대책일 뿐이다.

가계가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등록금을 낮추고 OECD 꼴찌 수준인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말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고등교육의 기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대학을 나와도 취직을 하지 못 하는 사람이 태반인 상황에서 등록금이든 국가장학금이든 그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며 “대한민국의 고등교육 시스템과 평가방식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또 “현재 우리나라 대학은 대학의 진정한 기능이 무엇인지, 등록금 액수에 맞는 수업을 하고 있는지 등 기본적인 개념이 규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차라리 대학정원을 대폭 줄이고 소수에게 무상교육을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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