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예금은행의 예금회전율은 평균 3.9회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월 3.8회 이후 10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예금회전율은 은행의 예금지급액을 예금평잔액으로 나눠서 산출한다. 회전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언제든지 돈을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10월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은 평균 32.4회를 기록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수면 위에 떠오르기 전인 8월에 비해 2.7회 줄었다.
예금회전율이 줄어든데 반해 저축성예금 잔액은 최근 증가세가 가파르다. 은행의 저축성예금 잔액(평잔)은 지난 10월 848조2406억원으로 1월에 비해 60조원 가량 늘었다. 돈 굴릴데가 없자 저축성예금에 집어 넣고 좀처럼 움직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 등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를 지연하는 것이 예금회전율 감소와 저축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돈이 은행에 묶여있어도 금리가 높으면 예금주로서는 별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장기간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뒤쫓지 못하는 자산가치 하락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형중 메리츠증권 전략팀장은 “올해는 자산가치 하락과 가계부채 상환 부담으로 민간소비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이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에 돈이 몰리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 뿐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중앙은행에 돈이 몰렸다. 유럽 은행들은 금리 손해를 보면서까지 유럽중앙은행(ECB)에 단기예금 예치 규모를 늘리고 있다. 대출 부실화를 우려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