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가 하이트진로에 빼앗겼던 1위 자리를 15년만에 탈환했다.
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오비맥주 전체 제품의 출고량(수출 포함)은 7794만500상자로 시장점유율 50.22%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는 7725만7400 상자로 49.78%를 기록해 간발의 차로 뒤처졌다.
오비맥주가 총 출고량 누계에서 하이트진로를 앞선 것은 1996년 이후 처음이다. 오비맥주의 주력인 카스가 지난해 1~4월 하이트의 월별 출고량에서 한 때 앞선 적도 있었지만 10월까지의 전체 출고량이 앞선 것도 15년 만이다.
양사의 격차가 벌어진 건 5월부터다. 지난해 5월 카스는 662만 상자로 하이트의 609만 상자를 넘어서더니 8월에는 카스가 799만상자, 하이트가 570만상자를 기록하며 차이가 커졌다.
2008년까지만해도 시장 점유율에서 20%포인트 뒤졌던 하이트는 만 3년여만에 역전을 일궈냈다.
오비맥주의 1등 탈환은 20∼30대 소비자층의 미각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펼친 것이 주효했다. 회사 관계자는 “카스는 '톡 쏘는 맛'이라는 개념을 앞세운 카스 후레쉬를 선봉으로 레몬과즙맛을 살린 카스레몬, 저칼로리 맥주인 카스 라이트 등을 잇따라 내놓고 젊은 층을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하이트진로 ‘맥스’의 대항마로 출시돼 눈길을 끈 ‘OB골든라거’도 점유율 상승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비맥주는 이번 1위 탈환에 대해 크게 고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8월 이후 세무조사가 연장되고 있고 하이트와 진로의 통합에 따른 혼선으로 영업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데 따른 반사이익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맥주값 인상을 바라는 오비맥주 입장에서 시장 점유율 선전소식이 알려지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오비가 1위 탈환에도 분위기가 차분한 건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