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화 "더이상 슬럼프는 없다"

입력 2011-12-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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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입스 극복한 심현화 인터뷰

▲심현화(22·요진건설)는 올시즌 정상의 자리를 놓쳤지만 오히려 “1위 자리에 있어 불편했는데, 오히려 정상을 쫓는 자리가 되니 마음이 편하다. 다음 시즌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2011시즌 상반기까지 상금왕, 대상, 평균타수, 톱10 피니시율 1위에서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안하던 심현화(22·요진건설)가 하반기 김하늘(23·비씨카드)에 밀리며 아쉽게 2인자에 만족해야 했다. ‘속이 쓰렸을 법’도 한 그는 오히려 “1위 자리에 있어 불편했는데, 오히려 정상을 쫓는 자리가 되니 마음이 편하다. 다음 시즌이 기다려진다”며 웃는다.

심현화는 필드에서 좀처럼 웃지 않는다. 항상 진지하다. 한마디 걸어볼까 하고 다가갔다가 주눅이 들어 그대로 돌아서곤 했다. 하지만 커피잔을 앞에두고 마주앉은 심현화는 웃음 많고 서글서글하다. 살짝 부담감을 가지고 시작한 인터뷰는 어느새 웃음바다가 돼 있었다.

말 그대로 무명의 반란이었다.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심현화의 부모님은 그를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이 되길 원했다고 했다. 그를 위해 수영, 바둑 유도 등 여러 분야에 발을 들였다. 골프도 그 중 하나였다. 프로골퍼가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어머니 이승실(52)씨는 “현화는 어려서부터 시키는 일은 뭐든 묵묵하고 끈기 있게 해냈다. 골프를 배워 놓으면 현화에게 도움이 될 거 같아 시켰는데, 이렇게 까지 잘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선수를 시킬 목적이 아니었기에 선수의 길이 어떤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심현화는 프로선수 세계에 대한 지식도 없이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를 시작하고 2년이 지나서야 선수생활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

그는 맡은 일은 끝장을 본다. 골프에 빠져 깨어있는 거의 모든 시간을 그린에서 살았다. 10살이란 나이에 시작한 골프, 다른 것도 모르고 한 우물만 팠다. 그렇게 시작한 골프였기에 ‘변화를 주자’고 마음먹었을 때 그에게 예기치 못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는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주목받았다. 2006년 프로로 데뷔했다. 프로를 직업으로 가졌기에 드라이버 거리를 늘리고자 스윙 교정을 했다. 그 스윙 교정이 그를 블랙홀에 빠지게 했다. ‘드라이버 입스’가 그에게 찾아온 것.

▲KLPGA 심현화 프로골퍼가 21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그는 “거리를 늘리려고 무리하게 했던 스윙교정 때문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정말 입스가 하루아침에 찾아왔다. 너무 두려워 훌훌 털고 미국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시절 미련 없이 골프도, 학교도 모두 정리했다. 한국인이 많이 살지 않는 미국 오클라호마로 떠났다. 그간 골프에만 매진해 공부에 대한 미련을 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처음 미국을 갔을 때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했다. 무엇보다 골프생각을 안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6개월이 흘렀다. 그의 몸속에 흐르던 골프의 피가 다시 끓기 시작했다. 학교옆에 위치한 골프장을 모른체 할 수 없었다. 그 곳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열렸다.

“타이거 우즈가 출전하는 대회였는데, 연습라운딩부터 경기 모든 라운드에 갤러리를 했습니다. 그 경기에서 우즈가 우승을 했는데, 정말 멋져 보였다. 골프채를 다시 잡아야 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공부도 벽에 부딪쳤다. 공부에 미련이 많은 상태 였지만, 외국에서 어렵게 시작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는 ‘내가 진짜 가야 할 길은 골프다’고 생각했다.

고국으로 돌아와 똑딱이부터 다시했다. 풀스윙까지 4개월을 소비했다. 2008년 2부 투어 테스트에 나가 89타를 쳐 탈락했다. 3부 투어에서 끈기로 버티고 또 버텼다. 3부 투어 상금랭킹 4위로 정회원이 된 그는 2008년 시드 순위전에서 17위에 오르며 2009년 정규 투어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됐다.

“티샷할 때 두려움 많이 사라졌다. 누군가 한번쯤 찾아오는 슬럼프를 미리 겪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내년이 정말 기대된다.”

올 시즌 하반기 우승이 없었던 이유는 뭘까?

“아버지가 계속해서 캐디를 해 주셨는데, 하반기 전문 캐디와 새롭게 시작하게 됐다. 아버지와 경기를 할 때는 거리나 라이 등 많은 부분에서 조언을 받고 의지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내 스스로가 이뤄나가야 하는 단계다.”

정상을 지키는 입장에서 정상을 쫓는 상황이 된 심현화는 2012시즌이 기다려진다. 그는 “아직 내공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2012년에 요진건설 회장님이 팔순이 되시는데, 선물로 우승을 안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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