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직접 부동산 사업에 뛰어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에서 한 발짝 물러나 건설사에 자금만 빌려주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는 부실이 심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새로운 부동산금융 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부동산금융 대안모델개발특별팀(TFT)을 만들었다. 하나은행 기업금융그룹,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하나다올신탁, 하나다올자산운용, 하나대투증권 등이 참여했으며 이병철 하나다올신탁 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TFT는 기존 부동산 PF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부동산을 개발하고 운영해 수익을 얻는 이른바 ‘순환형’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지난 11월 열린 하나금융그룹 임원 워크숍에서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며 내년 초 구체적인 모델을 내놓고 본격적인 영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TFT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PF 시장이 안좋지만 무작정 사업 포지션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기존 PF대출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를 위해 최근 연구인력을 보강하는 등 부동산금융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일본의 미쯔비시 UFJ 은행과 스미모토미쓰이 은행을 모델로 사업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 개요를 보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건설, 소유, 이용을 전부 한다는 구조다.
우선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접 장기 투자자로 나서 사업성을 분석한다. 그런 다음 건설사를 선택해 빌딩이나 주택을 짓게 한다. 이때 건설사는 기술만 제공할 뿐 분양이나 운영하지는 않는다.
핵심은 금융회사는 가령 1조원짜리 사업에서 1000억원 정도만 자본금으로 투입하고 사업을 담보로 장기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부동산 담보채권을 유동화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펀드가 설립되고, 가계나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임대해 일정수준의 수익을 정기적으로 얻게 된다.
이에 따라 자금 공급원을 은행·증권·사모펀드 등으로 다각화할 수 있고 장기로 늘릴 수 있다.
최근 캠코가 추진하고 있는 저축은행 부실PF 정상화 작업에 하나금융그룹이 참여하는 것도 이같은 사업모델을 적용해 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하나금융이 추진하는 방식의 부동산금융이 활성화돼 있다”며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도 임대수요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여서 향후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