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제도 개편 “고교서열·대학별고사 강화 우려”

입력 2011-12-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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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자사고 유리, 일반고 상위권 불리”

▲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이 13일 오전 정부중앙청사 브리핑룸에서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내신제도에서 다시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4년 폐지된 절대평가 방식이 부활하면 각 학교가 등급화되고 학생들의 성적을 부풀리기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내신이 무력화되면 대입에서 각 대학별 고사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것.

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13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성적 평가제도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당장 내년부터 이 같은 방안을 중학교와 특성화고에 적용하고 2014년에는 고교의 보통교과로 확대하기로 했다.

성적표에는 학년별 석차와 과목별 석차를 원점수와 과목 평균으로 비교하는 ‘성취평가제’가 도입된다. 현재 내신 성적을 9등급으로 나눠 평가하는 방식은 폐지된다.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구분해 A부터 F까지의 6단계 등급으로 절대평가가 이뤄지게 된다.

◇ ‘성적 부풀리기→내신 무력화→사실상 본고사’ 전철 밟나 = 이 같은 새 제도에서 무엇보다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은 각 학교에서 ‘성적 부풀리기’가 성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2004년에도 각 고교들이 앞다퉈 성적을 부풀리고 사실상 내신이 무력화되면서 정부가 상대평가제를 대책으로 내놓았다.

2004년 당시처럼 성적 부풀리기로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학들이 논술과 수능성적의 비중을 높일 것이고 내신 성적은 무력화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특목고와 자율고 우대 등 학교 서열화와 등급화를 부추길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인다.

성적을 부풀리는 부작용은 교과부로서도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교과부는 “학교 간에 어느 정도 수준은 나와 있기 때문에 차단할 수 있다”며 시·도 교육청과 함께 단위학교의 학업성적 관리실태를 전체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입시가 지상목표가 돼버린 교육현실을 감안할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많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 P모(48)씨는 “결국 교사들에게 맡기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는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셈”이라며 “교사들은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올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교육단체, “상대평가 폐지 환영, 학교 서열화 우려” 한 목소리 = 교육계 관련 단체들은 이 같은 정부의 방안을 두고 ‘폐해가 컸던 상대평가의 폐지’에는 환영하면서도 뒤따를 부작용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이번 내신제도 개편이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 등 입시성적이 좋은 학교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부작용이 많았던 상대평가 체제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향은 옳다”면서도 “대학이 전형 과정에서 특정 고교를 우대하지 않도록 교과부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대학을 철저하게 지도 감독해야한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원점수, 표준편차, 과목평균을 공개하기 때문에 변환점수를 내 보면 서열을 매길 수 있는 구조”라며 “고교 서열화가 돼 있어 대학들이 어느 학교가 성적이 좋은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 평가방식을 변경하는 게 오히려 학교 현장에 혼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이 자사고에 유리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기본적으로 종전보다 내신의 영향력이 약해져 수시는 대학별 고사, 정시는 수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특목고와 자사고가 유리해지고 일반고 상위권 학생들은 불리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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