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한옥 숙소인 팜카티지는 강과 호수의 경계가 되는 곳에 자리 잡았다. 장락산 끝자락 홍천강이 청평호와 만나는 둔치에 고즈넉하게 몸을 숨긴 채 자태를 뽐낸다. 인근에 현대식 별장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지만 은사시나무에 둘러싸인 한옥 2채는 고요한 풍취의 청평호와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이곳 한옥은 잠실 풍납토성에 있던 200여년 된 가옥을 1980년대에 옮겨와 복원한 것이다. 올림픽 선수촌이 조성되면서 한옥이 헐릴 위기에 처하자 아쉬워한 주인장이 구입해 청평호 자락으로 한옥을 고스란히 옮겨왔다. 복원에만 4년이 걸렸고 길도 제대로 닦여 있지 않아 나룻배를 이용해 기와와 서까래를 나르기도 했다. 육로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은 한옥이 외부인에 의해 훼손되지 않고 옛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천리제의 보산방은 안방과 건넌방 외에도 서양식 벽난로를 갖춘 부엌이 인상적이다. 벽송산방은 온달방, 평강방으로 나뉘며 아늑한 마당을 끼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한옥에서 묵으려면 청평댐에서 유람선을 타고 청평호를 가로질러 홍천강 줄기를 거슬러 올라야 했다. 가을이면 홍천강 주변으로 단풍색이 변하는 것에 감탄하며 넋을 잃고 있으면 고풍스런 한옥에 닿았다. 최근에는 육로로 연결되는 길이 뚫렸지만, 사전에 별도 예약을 하면 청평댐 초입에서 유람선을 이용해 한옥 마당 아래 선착장까지 직접 닿을 수 있다.
대부분의 투숙객들은 이곳에 묵으면서 홍천강가나 소나무 숲을 산책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장락산 인근은 토종 식물들의 보고로 알려져 있는데 한옥 마당 건너에서는 이곳 자생식물들을 연구하는 전문가의 미니 식물원을 구경할 수 있다. 이곳 한옥은 예전 주한 외국 대사의 손님들이 찾아와 하룻밤 운치를 느끼고 가기도 했던 곳이기도 하다.
팜카티지에서 나와 청평호를 끼고 달리면 신나는 드라이브길이 이어진다. 늦가을 산행을 만끽하고 싶으면 유명산에 들려도 좋고, 만추의 호수를 완연하게 느끼려면 청평, 가평읍 쪽으로 방향을 잡아도 좋다. 설악면에서 신청평대교를 넘어서면 청평읍내로 이어진다. 읍내에서는 오래된 한옥만큼이나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장터를 만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청평읍내 초입에는 매 2,7일 날 오일장이 들어선다. 서울에서 멀지 않지만 오일장은 훈훈한 장터의 모습 그대로다. 생선과 야채 외에도 온갖 생필품을 파는 난전이 서며 가평 명물인 잣, 사과 등이 내다팔리기도 한다.
청평읍내에서 청평댐을 거쳐 호수를 따라 75번국도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환상의 드라이브 길로 연결된다. 75국도에서 호명산과 호명호수를 경유해 경춘국도까지 이어지는 길은 울창한 숲에 가을색이 완연하고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고즈넉한 길이 이어져 환상의 드라이브길로 불린다. 길목에는 자연과 어우러진 펜션, 카페들이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호수의 경관과 어울리지 않게 높게 들어선 국적 불명의 테마파크와는 오히려 비교되는 모습이다.
호명호수에서 나서면 길은 국제재즈페스티벌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가평 자라섬으로 이어진다. 매년 10월이면 재즈페스티벌이 펼쳐지는 자라섬은 캠핑족들의 아지트로도 완벽하게 변신에 성공했다. 4개의 섬으로 이뤄진 자라섬은 드라마 ‘아이리스’의 배경이 되기도 했으며 다양한 레저, 테마공원까지 갖추고 있다.
자라섬 초입의 사계절 정원인 이화원은 소통과 화합을 테마로 가족 나들이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이화원의 온실에서는 동서양의 열대, 난대식물과 수도권, 남부지방의 식물들이 두루 식재돼 있다. 브라질의 커피나무, 전남 고흥의 유자나무, 가평의 잣나무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산책을 즐긴 입장객들에게는 브라질 커피도 무료로 제공된다.
가평에는 이외에도 알프스 산록의 전원마을 같은 느낌이 드는 한국 안에 작은 프랑스 마을 쁘띠프랑스도 있다. 이곳에서는 동화 속 ‘어린왕자’의 세계를 거닐어 볼 수 있다. 파크 전역에서는 프랑스 영화 상영, 음악 콘서트, 전시회, 만들기 체험, 재미있는 놀이 이벤트 등이 진행되어 아이들에게 다양한 추억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