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된 지 2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300만 중소기업 중 상당수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선진법으로 평가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알맹이 없는 법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1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월 30일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여부를 시작으로 교육 진행 및 가이드라인 배포 등 여전히 해당 정보에 대한 고지를 소홀히 하고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법안 시행 여부뿐만 아니라 가이드라인 배포 등에 대한 관련 공문조차 받아보지 못했다”며 “특히 지방 소재 중소기업들은 해당 정보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려 고민만 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0일 업종별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 표준안’을 전국에 배포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시행 이후 뒤늦게 마련한 것도 모자라 홍보 역시 홈페이지 게재에 그쳐 많은 기업들이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6개월의 계도 기간 인지도 예외는 아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6개월의 유예기간 여부는커녕 아무것도 모르는 중소기업들은 언제 문제가 터질지만 걱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법 시행을 위한 움직임은 우리가 모르는 이상 그들만의 리그다”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리하게 법안 시행을 이끌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늑장대응 원인을 예산부족으로 꼽아 제대로 된 시행이 내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올해 가용 예산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법이 돼 교육·홍보에 투자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내년 정보보호 예산을 올해 171억원보다 52% 증가한 260억원으로 증액했다.
박찬옥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 운영국장은 “이 법안은 3월 29일 개정되고 9월 30일 발효되다 보니 행안부로서도 예산확보를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 상반기 예산 책정 후 홍보가 이뤄질 것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나 돼야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측정 후에나 제대로 홍보가 이뤄질 것을 감안하면 6개월 계도기간도 짧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행안부 내부에서도 6개월 계도기간이 짧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법과의 관계 정비, 발생 가능한 여러 변수들, 규정하지 못한 부분으로 인한 충돌 등 상당히 복잡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박 국장은 “애매한 부분의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법이 시행되면 너무 많은 이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수 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 개정, 보완책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업데이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행안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오는 17일 대한상의와 함께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중소기업의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설명회를 개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