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정권 실세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이 11일 서울중앙지검에 다섯번째 출석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출두에 앞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분명히 자백했는데 왜 검찰이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 회장은 검찰의 영장 재청구 방침에 대해서도 "불법사찰과 기획수사로 멀쩡하던 기업이 무너졌고 수만명이 길거리로 쫓겨났는데 구속돼서 입 다물고 있으라는 말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이어 중앙지검 12층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 사무실로 향했다. 지난달 구속영장 기각 이후 첫 조사인 점에 비춰 이날 조사는 밤늦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08년 6월~2009년 9월 신 전 차관에게 SLS그룹 싱가포르 법인 명의의 법인카드 2장을 제공해 1억300여만원을 사용하게 한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이 회장에 대해 지난달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회장의 영장에는 통영, 군산 등지의 SLS조선소 증설을 위해 평소 금품을 제공해온 신 전 차관에게 청탁했다며 뇌물공여 혐의가 적시됐다.
또 선주가 준 선수금을 빼돌려 9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SLS그룹 자산상태를 속여 수출보험공사로부터 12억달러의 선수환급(RG)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법원은 그러나 지난달 20일 "의심의 여지가 있으나 추가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더 규명될 필요가 있고 도주의 염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기각 이후 검찰은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의 자택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이 회장이 신 전 차관에게 건넨 금품의 대가성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SLS그룹 구명 로비 차원에서 거액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된 정권 실세의 측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광범위하게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다음 주 신 전 차관을 소환해 조사한 뒤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에 대해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