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의 회계 부정을 파헤치려다 경질된 마이클 우드포드 전 사장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림푸스의 대주주들이 우드포드 전 사장의 복귀를 요구하면서 회사 경영진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림푸스의 지분 4%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 펀드 베일리기포드앤코의 파트너인 엘레인 모리슨은 9일 “지금 올림푸스에 필요한 것은 철저한 경영체제의 정화이며, 그 임무에는 마이클 우드포드가 가장 적합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올림푸스 지분 4%를 보유한 미국 펀드 해리스어소시에이츠의 데이비드 헤로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우드포드의 복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올림푸스의 2대주주인 미국 사우스이스턴자산운용의 조시 쇼어즈 수석 애널리스트는 우드포드의 사장 복귀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올림푸스의 경영진에는 합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우드포드는 뛰어난 실적과 인격을 겸비했다”며 “일본 국내외 공공기관 및 투자가로부터 강하게 지지를 받는 경영자가 지금 올림푸스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드포드 전 사장은 거액의 자문 수수료가 지급된 일련의 인수·합병(M&A) 건에 의혹을 품고 사내 조사를 추진하다 지난달 해임됐다.
이후 회사 안팎의 요구로 심도있는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자 올림푸스는 20년간에 걸친 투자 손실을 메우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8일 시인했다.
올림푸스 주가는 10일까지 3일 연속 하한가를 쳤고, 지난달 13일 이후 총 80%가 하락했다.
현재 올림푸스는 사면초가다.
일본 경시청과 금융청은 10일, 올림푸스의 투자손실 은폐와 이에 따른 금융법 위반 여부를 수사한다고 발표했다.
일본공인회계사협회는 올림푸스의 감사를 담당한 감사 법인을 조사할 예정이며, 위반 혐의가 드러난 경우 금융청에 업무 정지 등의 행정 처분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 올림푸스는 증시에서도 퇴출 1순위다.
도쿄증권거래소(TSE)는 올림푸스의 상장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올림푸스는 9월 말 끝난 2분기(7~9월) 보고서를 오는 14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올림푸스는 지난 10년간 회계 부정을 저질러온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를 수정하려면 기한까지 보고서를 제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TSE는 보고 있다.
올림푸스가 14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올림푸스 주식은 감시대상으로 지정돼 12월14일까지 과거 결산보고를 수정해서 제출해야 한다. 이마저도 못 지키면 올림푸스는 1개월 후인 내년 1월15일에 자동으로 상장이 폐지된다.
또 결산서 등을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있을 경우, TSE의 재량에 따라서도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
WSJ는 사면초가에 몰린 올림푸스의 구원투수로 우드포드의 복귀가 절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 간단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카야마 슈이치 올림푸스 사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우드포드 전 사장은 경영 스타일이 맞지 않고, 일본 본사에 잘 오지 않는다”며 “그의 거취를 변경할 예정이 없다”고 못박는 등 경영진의 반발이 심하다.
그의 복귀를 추진하는 과정도 험난하다.
그가 복귀하려면 올림푸스 주주들이 우선 이사회를 물갈이 해야 하며, 새로 선임된 이사회가 그를 사장에 추대해야 한다.
우드포드 전 사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복귀해야 회사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회사의 결정과 조사 결과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