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여론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정치생명을 걸었다.
노다 총리는 정치권과 농민, 소비자단체의 강력한 반발 속에 10일 미국 주도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TPP 협상 참여 발표를 강행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다 총리가 TPP 협상 참여를 선언할 경우, 이는 2009년 민주당 정권 출범 이래 정치 경제 외교 다방면에서 최대 국정 결단이라는 평가다.
일본이 참여할 경우 TPP 협상 국가는 10개국으로 늘어나지만 사실상 미국과 일본 양국간 FTA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이 세계 1위, 일본이 세계 3위이며, TPP 협상 참여 국가의 전체 GDP에서 미국과 일본의 비중은 90%에 달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TPP 참여를 통해 높은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FTA 선점을 통한 무역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한국에 뒤진 FTA를 한번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일본은 TPP를 통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자는 속셈도 있다.
미일 외교 현안인 주일 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이 오키나와의 반발로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TPP 참여와 쇠고기 수입제한 완화로 미국의 환심을 사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TPP 참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도 탄탄한 바람막이가 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작년 9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의 선박 충돌 사건 이후 중국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문제는 TPP 참여는 망국의 지름길이라며 일본의 농업 붕괴를 우려하는 반대파의 목소리가 만만치않다는 점이다.
반대파는 상품의 예외없는 관세 철폐를 내세운 TPP로 국내 농산물의 관세가 없어질 경우 가격 하락으로 농업이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업 뿐 아니라 TPP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 종사자들도 줄줄이 반대파에 가세하고 있다.
노동계는 TPP로 저임금 노동력이 유입될 경우 임금 감소로 디플레이션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거대 경제권과 FTA 협상 경험이 없는 일본이 미국의 요구와 전략에 끌려다니면서 농업은 물론 금융과 조달, 의약 등의 분야에서도 시장을 내주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노다 총리는 TPP 협상 참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민주당의 지원을 기대했으나 무산됐다.
TPP 문제를 다루고 있는 민주당의 경제제휴프로젝트팀은 8일 밤 임원회의에서 TPP 협상 참여에 대한 최종 ‘제언안’을 정리했으나 총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TPP 참여는 노다 총리가 독단으로 결정하는 양상을 띠며 부담을 키우고 있다. 당내 지지 기반이 부실한 노다 총리로서는 당장 총리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TPP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총리가 협상 참여를 강행할 경우 문책결의안은 물론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