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하게 말하지만, 이 팀장은 늘 싸움 한 복판에 서 있다. 투자자와 금융회사 사이 다툼을 중재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분쟁 조정신청이 접수되면 양쪽의 자료를 검토하고, 서로 마주앉아 문답을 나눈다. 그는 “금전이 걸린 문제라 그런지 모두들 무척 예민하다”며 “중립적 조정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법조계·학계·소비자단체·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누구든 무료로 협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소송을 위한 변호사 수임료까지 협회가 부담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변호사가 직접 나와 모든 금융투자상품의 매매·계약 등에 대한 무료 법률상담을 하고 있다.
이 팀장은 그러나 “분쟁은 사후처리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며 “당장의 성과를 좇기보다 먼 앞을 보고 분쟁 예방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동필 약관심사팀장의 활약은 이 지점에서 빛난다.
박 팀장은 “대부분의 금융소비자들이 약관은 잘 읽지 않는다”고 시인한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내 권리가 무엇인지, 회사에 어느 부분까지 요구할 수 있는지 약관에 명확히 적혀 있어야 나중에라도 확인할 수 있다”며 “약관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인 박 팀장은 민법·상법·신탁법·전자금융거래법·금융실명거래법·자본시장법·약관규제법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의 과거 시정권고 및 명령사항, 법원 판례까지 검토해 무효사유에 해당하는지 꼼꼼히 따진다. 또 내용이 불명확해 해석 과정에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조항, 지나치게 사업자에게 유리하거나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을 짚어내고 있다.
그는 “약관의 문구 하나를 바꾸는 것은, 실제로는 현실에서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라며 “업무 절차, 일하는 방식 등 현실의 상황을 확인해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하며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나 보험사들과는 달리 금융투자회사가 취급하는 상품은 종류가 다양하고 회사별로 서비스의 내용이 달라 정형화하기 어렵지만, 휴일에도 ‘자본시장연구회’ 등에 참석해 공부하는 박 팀장은 새로운 상품이 나올 때마다 그에 따른 약관을 무리없이 척척 검토해낸다.
박동필 팀장은 “계좌개설부터 사후 구제까지 전 과정에 일조한다는 보람이 있다”며 “투자자들은 귀찮더라도 약관을 미리 읽어보고, 회사는 기존 관행에 매몰되지 말고 내용을 미리 확인하고 정확히 보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들을 포함해 광고심사팀 6명, 분쟁조정팀 4명, 약관심사팀 4명을 이끌고 있는 이도연 자율규제심사부장은 늘 두 가지를 강조한다고 했다. ‘전문성’과 ‘인화’. 그가 자율규제심사부를 맡은 1년여 넘는 동안 부원 15명은 단 한 차례의 실수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 하겠다”는 이도연 부장의 상투적인 각오는, 그래서 참 특별하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