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일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으로 재정위기가 한풀 꺾이자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급락했다. “이젠 하향추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리스가 급작스레 EU의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하자 환율은 다시 치솟았다. 이틀새 그리스는 국민투표 가능성을 철회하여 환율은 다시 15원 넘게 하락했다. 멀미가 난다는 그의 표현이 과하지만은 않은 셈이다.
환전과 송금을 자주 하는 기업이나 소비자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의 구매담당자에게서는 ‘환율포비아(공포증)’에 걸려 일손이 잘 잡히지 않는다는 걱정도 들려온다.
정부도 제어하지 못하는 환율 변동.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 했듯이 환율 변동성이 큰 때일수록 시중은행의 외화 관련 상품을 현명하게 이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신한은행의 ‘Mulitiple외화정기예금’은 고객이 환전과 송금 환율을 지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200원을 상한으로 정하면 환율이 이 이상 오를 때는 자동이체가 일시 중지된다. 1100원을 하한환율로 정했다면 이 수준 이하에서는 고객이 미리 정한 배수 단위로 자동이체를 신청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계좌에 10개 통화, 999개의 외화정기예금이 가능하다. 다양한 국가들과 무역을 하는 수출입업체에게 알맞은 상품이다.
소비자를 위한 상품도 있다. 국민은행은 ‘KB적립식 외화 정기예금’은 매월 자동이체로 적립할 경우 상한환율과 하한환율을 지정할 수 있다. 자동이체일 당시 고시환율이 상한보다 높을 때는 적립이 중지된다. 고시환율이 하한환율 이하인 경우에는 추가 적립이 가능하다.
외환은행은 고객이 최대 3개까지 예약한 환율에 은행이 자동으로 이체 및 해외송금을 처리해 주는 ‘Multi 환율예약 자동이체 및 자동송급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사실 외화정기예금 상품은 대부분의 은행이 갖추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외화예금 상품은 금리가 1~2% 수준으로 비슷하다. 금리혜택을 얻기 위해 가입하기 보다는 환손실을 피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광필 농협 외환업무부 차장은 “해외 출장이나 송금이 잦은 사람이 아니어도 1년에 한두번은 해외여행을 갈 것”이라며 “외화예금은 꼭 환율이 급변동하는 시기가 아니더라도 일정액을 운영하는 것이 적은 돈이라도 새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