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또 “아주 가까운 사이인 경우에는 봉투에 5만원을 넣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3만원만 낸다”며 “이 같은 현상은 직장동료나 친구 및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도 공식화처럼 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축의·조의금 3만원 시대가 다시 왔다. 경기가 좋던 때에는 친한 지인의 경우에는 10만원 이상씩 축의금을 내기도 했지만 최근 경기가 나빠지자 친분이 두터운 사이면 5만원, 이를 제외하고는 3만원으로 통일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3만원 축의·조의금은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자취를 감췄지만 최근 직장인들이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자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50대 초반의 직장인 B씨는 지난달 초순과 중순 같은 직종의 타 회사 후배들의 청첩장을 받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한주 걸러 한주 꼴로 후배들의 결혼식이 이어져 부담이 늘었지만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 결혼식에 참석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B씨는 “왜 하필이면 같은 달에 결혼을 하냐”고 한탄하지만 인간관계를 생각하면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청첩장을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들의 부담도 크다. 오는 5일 결혼은 앞둔 C씨(30·여)는 “옛 직장 동료에게도 청첩장을 돌리고 싶었지만 ‘축의금을 내라’고 강조하는 것 같아 연락을 하지 않았고 현 직장동료들에게만 연락했다”고 전했다.
직장인들의 경조사비 부담은 결혼식 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장례식장을 찾을 때 드는 조의금 부담도 만만치 않게 늘고 있다.
최근 직장상사의 모친상을 당한 D모(28·여)씨는 “직속상관이라 회사에서 내는 경조사비 지원비 외 개인적으로 조의금을 냈는데“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많이는 못 내겠고 3만원 밖에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겠지만 가까운 직장동료라도 조의금으로 5만원 이상 내는 것은 부담이 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부조문화는 우리사회에서 연결망 역할을 해 대인관계에 있어 긍정적으로도 작용 하지만 경기침체기에는 서민이나 월급쟁이들에게는 적지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경기가 좋고 지갑이 두터울 때에는 인심도 커 부조를 많이 하지만 금융위기나 고물가 시대에는 먹고사는 게 힘들어 부조 금액이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