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금이 투입된 만큼 과거 우리금융은 잦은 회장 교체와 외부 출신 인사의 행장 선임으로 뚜렷한 인맥이 형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고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선임되면서 외관상으로도 새로운 인맥이 구성되고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고려대와 법학과를 나와야 ‘실세?’= 우선 은행중심의 금융지주사 대부분이 그렇듯 우리금융그룹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부분 우리은행 출신이다. 여기에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의 의중이 포함돼 계열사 CEO들이 포진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CEO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은행 출신이면서 고려대나 법학을 전공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회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실제로 11개 계열사 중 비(非)우리은행 출신은 박영빈 경남은행장,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사장, 권숙교 FIS 사장, 이승주 우리프라이빗에퀴티(PE) 사장 등 5명이다. 이순우 우리은행장, 송기진 광주은행장, 김희태 우리아비바생명보험 사장, 김하중 우리금융저축은행장, 이병재 우리파이낸셜 사장, 허덕신 우리F&I 사장 등 6명은 우리은행 출신이다.
여기에 황성호 사장, 차문현 사장, 박영빈 행장도 ‘고려대’와 ‘법학’이란 공통 분모를 가졌다. 황성호 사장과 차문현 사장은 고려대 경영을, 박영빈 행장은 연세대 법학과를 나왔다.
이 회장은 보좌하는 우리금융지주 전무들도 핵심 인맥으로 통한다. 우리금융의 최대현안인 민영화 대책을 총괄하는 황록 전무는 고려대 출신이다. 황 전무와 전병윤 전무는 경북고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전 전무는 서강대 출신이지만 우리투자증권,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이팔성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왔다.
이 같은 ‘규칙’은 지금도 적용된다. 실제로 상임감사위원을 제외한 우리은행 부행장은 총 14명으로, 이중 옛 한일은행 출신은 8명, 옛 상업은행 출신은 6명이다. 김양진 수석부행장, 김승규·김시병·유중근·김종천·정화영·김종운·손근선 부행장이 한일은행, 강원·김경완·최승남·서만호·김장학·금기조 부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이다. 여기에 옛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행장까지 고려하면 얼추 힘의 균형이 맞는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많이 희석됐다. 특히 이순우 행장이 ‘영업현장’을 강조하면서 ‘상업·한일 등 어디 출신이냐’보다는 ‘영업부서’를 중용했다. 실제로 이 행장은 최근 실시한 성과평가에서 본점 직원 2500여명 가운데 단 한명에게도 최고등급인 S등급을 주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점과 지점간) 평가방식이 달라 차이는 있지만 영업현장을 중시하는 이 행장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인영업본부나 기업영업본부와 같은 마케팅부서가 핵심 부서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부행장 역시 2~3명을 불과하고는 영업본부를 거쳤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인사부, 종합기획부, 재무부가 핵심 부서였다면 최근 마케팅 부서가 떠오르고 있다”면서 “이는 지주사에서 큰 틀에서의 전략을 세우면서 (우리은행은) 마케팅 영업 중심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은행의 전략이나 사업계획을 짜도 이제는 영업부문을 기반으로 전략을 세우는 것도 핵심부서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