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때문에 오는‘갱년기 증후군’이겠거니 여기고 지나쳐버리기엔 정도가 심한 것 같아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난감하기만 할 뿐이다. 최근 인구고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폐경 증후군으로 시달리는 여성의 숫자도 차츰 증가되고 있다.
‘제 2의 사춘기’라 불리는 폐경은 중년 엄마들이 새로운 삶의 일부로 가는 가교다. 전문가들은 폐경은 여성이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거쳐가는 신체적 변화의 한 과정이며 질병이 아닌 자연 현상이므로 걱정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폐경기 여성 50% 안명홍조·발한 경험 = 대한폐경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성들의 평균 폐경 연령은 약 49.7세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폐경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수는 전체의 약 30% 정도인데 2030년에는 43.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폐경은 난소의 기능이 사라지면서 호르몬의 변화가 생겨 월경이 완전히 중지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특별한 병리적·생리적 원인 없이 자연발생적으로 약 1년간 무월경 상태가 지속되면 폐경으로 받아들인다.
폐경은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적인 노화 현상이지만 이로 인한 후유증은 크다. 폐경으로 인한 여성호르몬의 결핍이 폐경 후 장기간에 걸쳐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유발한다.
폐경 증후군은 폐경 전후기에 보통 나타난다. 이 시기를 ‘갱년기’라고 한다. 갱년기에는 안면홍조, 발한, 인지 기능의 저하, 정서 변화(우울한 기분) 등을 일반적으로 경험한다. 우리나라 폐경기 여성의 50% 정도는 안면홍조, 발한 등 급성 여성호르몬 결핍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약 20%에 해당하는 여성들은 갱년기 증상이 좀 더 심하게 나타나는데 안면홍조와 함께 피로감, 불안감, 우울, 기억력 장애, 수면장애 등이 동반하기도 한다. 급성 여성호르몬 결핍 증상은 폐경 약 1~2년 전부터 시작돼 폐경 후 3~5년간 지속될 수 있다.
만성적으로 여성호르몬이 결핍되면 질 건조감, 질염 배뇨곤란, 성교통 등 생식기계의 위축에 따른 증상과 기억장애, 불안과 신경과민 등 정신적 불안 증세, 피부건조, 근육통, 관절통, 골다공증의 진행으로 인한 골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호르몬 치료 유방암 발병은 오해 = 폐경기 증상은 사람마다 나타나는 증세와 정도에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일생상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남들보다 심하다고 느껴질 경우에는 산부인과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폐경의 치료는 여성 호르몬 결핍으로 나타나는 증상이기에 호르몬을 적절히 투여하는 방법이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폐경 여성들이 받는 여성호르몬 치료는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윤병구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002년 여성건강계획의 일부 연구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일반인들은 마치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약물에 상관없이 모두 유방암에 걸리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라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자궁이 없는 여성들의 경우 에스트로겐 치료로 유방암 위험성이 오히려 줄었다. 또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는 여성들은 유방암 정기 검진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암을 조기에 발견해 완치(5년 이상 생존)할 확률도 매우 높다고 윤 교수는 강조했다.
박형무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대한폐경학회 회장)도 “폐경 여성들이 여성호르몬 요법을 받을 때의 장점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며 “호르몬 요법은 50대 여성에서 폐경 증상 완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심혈관 질환, 사망률 등을 낮춰준다는 일련의 연구들을 볼 때 장기적으로 의료비 절감이란 사회적 이익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호르몬 치료 이외에도 생활습관을 통해서도 폐경 증후군을 극복해나갈 수 있다. 폐경 이행기 증상 중 안면홍조증은 규칙적인 운동으로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운동으로 인한 근력의 강화는 골밀도를 증가시키므로 골밀도 감소에 의한 골절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폐경기 증후군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성호르몬 균형을 맞추는데 도움을 주는 자두, 성호르몬을 만들어 내는데 도움을 주는 무화과와 바나나, 여성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이소플라본 성분이 들어 있는 콩, 그리고 여성호르몬이 많이 들어있는 석류와 칡즙 등이 좋다.
성영모 강남여성병원 원장은 “폐경은 여성이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거쳐가는 신체적 변화의 한 과정이므로 걱정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의사 처방에 따른 호르몬제 복용 등의 적절한 치료와 주변 가족들의 관심과 격려가 힘든 시기를 헤쳐 나가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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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윤병구 교수가 폐경 여성 환자와 호르몬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