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저수가 정책으로 인한 경영난 몸살을 앓고 있는 병원업계가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는 수가 협상은 무의미하다며 대정부 전면전을 통해 실력행사에 나선다는 태세다.
대한병원협회는 24일 ‘전국 병원장 비상총회 및 병원인 궐기대회 추진위원회’ 1차대회를 열고 오는 27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1000여명의 전국 병원장이 참가하는 비상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다음달 11일에는 전국 병원인 궐기대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병협은 “정부는 병원계가 건강보험 재정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이유로 영상장비 수가인하, 대형병원의 경증질환 본인부담금 인상 등의 정책들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해왔다”며 “적정진료·적정수가·적정부담만이 안정된 의료공급체계를 만들 수 있으므로 전국 병원장 비상총회와 병원인 궐기대회를 통해 국민건강권과 병원 생존권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협회가 대정부 투쟁에 나선 것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와 공동주최한 궐기대회 이후 두번째다.
이같은 병원계의 강경 대응은 지난 17일 정부와의 내년도 건강보험 수가계약 협상 결렬이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3,5% 인상을 주장하는 병협은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측이 최종 제시한 1.9%의 수가인상률로는 병원경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최근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경우 경기둔화와 경영여건 악화로 인해 휴·폐업률이 증가하는 등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협에 따르면 현재 건강보험 수가(진료비)는 의료원가의 75.04%만을 보전해주고 있으며 입원료 원가보전율은 18∼59% 정도다.
지난 2001년부터 10년간 물가와 인건비는 각각 38%, 82% 오른 반면 수가는 19% 인상되는데 그친 셈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저수가체계로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종합병원 13곳을 포함해 모두 148개 병원이 폐업했으며 지난 상반기 금융권 부채를 갚지 못해 공단에서 받아야 할 진료비를 압류당한 병·의원도 423곳에 이르고 있다.
병협 관계자는 “저수가정책은 결국 박리다매나 비급여진료 유도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병원계의 경영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공단 재정위원회에서 일방 통보식으로 진행되는 수가협상은 무의미할 뿐”이라고 말했다.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율도 영세 병원들을 옥죄고 있다.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의료업 부문 중 가장 높은 2.5%~2.7% 수준이다. 종합병원이 1.5%, 일반병원이 2~2.7%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영세 서민들의 의존도가 높은 동네의원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대형병원들과의 차별성을 감안한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조치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떄문이다.
대한의원협회는 ‘1차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공익성을 고려해 의원들의 현행 카드 수수료율을 1.5% 이하로 인하해 줄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보험수가가 의료원가에도 못 미치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현실에서 신용카드 수수료는 건보수가에도 반영되지 않아 모든 수수료 비용은 고스란히 의료기관의 손실로 전가된다”며 “환자 대부분이 신용카드로 진료비를 결재하는 상황에서 경영난이 심각한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과다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경영 압박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