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물가안정 목표제 폐기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다. 물가안정 목표제는 달성 여부에 따라 중앙은행의 신뢰도가 결정되는데 이를 폐지하면서 물가 관리 책임을 벗으려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21일 한은에 따르면 현재 3년으로 정해 놓은 인플레이션 타겟팅(IT) 제도에 대한 폐지를 논의 중이다. 한은은 3년 단위로 기획재정부와 IT제도에 대해 논의하는데 내년 말에 이 기간이 만료된다.
한은 관계자는 “최종 결정된 바는 전혀 없다”면서도“통화신용정책의 유연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일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IT제도 폐지에 대한 논의는 3년으로 명시한 물가안정 목표 기간을 없애는 대신에 기대인플레이션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미이다. 현재 한은은 목표 물가를 3.0±1%로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IT제도가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은의 이 같은 논의는 시류에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영국은 소비자물가의 물가안정 목표를 2%로 설정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안정 목표제를 채택하고 있지는 않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 2% 미만’이라는 명시적인 수치를 정해 놨다. 태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필리핀, 칠레 등 신흥국에서도 IT제도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더군다나 올해는 물가 급등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실기론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내년에도 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IT제도를 폐지하려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한은 내부에서도 이에 대해 이견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지난 20일 ‘IT의 이론적 근거’란 보고서를 통해 “IT는 변동환율제에서 인플레이션의 고정성(anchor)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했다”며 “다른 통화정책체제에 비해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안정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했느냐는 여부는 중앙은행을 평가하는 잣대이다”며 “한은이 IT제도를 폐지한다면 신뢰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