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는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을 23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10년 동안 10억원이 넘는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30분 이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서초동 서울검찰청사에 불러 이 회장이 신 전 차관을 포함해 현 정권 실세 인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경위와 신빙성, 증빙자료 유무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SLS조선을 비롯해 SLS그룹 계열사가 워크아웃을 받게 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이 회장은 "내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와보니 2조4000억원짜리 SLS그룹이 해체돼 버렸다. 누가 왜 회사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이라며 금품제공 의혹을 폭로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SLS조선 등의 워크아웃 과정 등에 대한 조사를 위해 이 회장을 불렀다"며 "신 전 차관 관련 건에 대한 조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신 전 차관 건으로의 수사 확대 여부는 지금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폭로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 하루 만에 당사자인 이국철 회장을 전격 소환했다는 점에서 신 전 차관에 대한 금품제공 등 제반 의혹에 대한 수사에 정식으로 착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회장의 주장과 그가 제시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경위를 파악한 뒤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신 전 차관을 소환해 돈을 실제로 받았는지, 받았다면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법인카드를 쓰고 사인한 전표가 있다"면서 "검찰에 나가서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전날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2003년 6월께부터 2009년 8월까지 신 전 차관에게 매월 수백만원 또는 수천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 10억원이 넘는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영준(51)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일본 출장을 갔을 때 SLS그룹 일본 현지법인에서 400만~5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했으며, 2008년 추석과 2009년 설 연휴를 앞두고 신 전 차관을 통해 청와대 K비서관과 L행정관에게 5천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