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질소화합물)이 비·눈과 함께 바다로 녹아들어 지난 수십년 동안 한반도 연근해의 질산염 농도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질산염 농도가 변하면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식물 플랑크톤의 종류가 달라지므로, 결과적으로 대기 오염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 생태계 전체가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이기택 교수 연구팀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국립수산과학원, 서울대학교 등과 함께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한반도, 일본, 중국 연근해의 질산염 농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 조사지점에 따라 적게는 2배, 많게는 8배까지 질산염 농도가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분석 대상 자료로는 국립수산과학원과 일본기상청의 해양조사 데이터가 사용됐다.
예를 들어 제주 부근의 경우 1980년대 초 2ppm에 불과하던 질산염 농도가 2000년대 8ppm까지 상승했고, 동해안(울진) 지역에서는 농도가 1ppm에서 8ppm으로 무려 8배나 뛰었다. 1980년대에 1ppm 미만이던 일본 오키섬 해역의 질산염 농도 역시 2000년대 들어 두 배가 넘는 2ppm으로 높아졌다.
연구진은 이 같은 질산염 증가의 상당 부분이 대기 오염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기상청 기후변화연구센터, 동아시아 산성물질 침적 모니터링 네트워크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2000년대 이후 대기 중 질소 화합물이 비·눈 등의 형태로 바다로 떨어진 양의 변화를 살펴보니, 바다 속 질산염 증가 추이와 거의 일치했다는 설명이다.
또 이 같은 대기 질소 오염물질은 대부분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온 것으로 추정됐다.
2003년 기준 중국의 질소산화물(화석연료 연소시 생성)과 암모니아(비료 등에서 생성) 배출량이 각각 우리나라의 8배, 60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질소산화물과 암모니아 모두 바다로 녹아들면 질산염 농도를 높인다.
지역별 해양 질산염의 상대적 증가 속도 역시 중국과 가까운 서해 부근이 가장 빨랐다.
이 연구 성과는 다음 달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