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듀폰(DuPont)이 한국의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승소하자 시장우위를 점하기 위해 후발업체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듀폰이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케블라’ 섬유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제기한 소송에서 듀폰의 손을 들어줬다.
버지니아주 소재 리치먼드 연방 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코오롱의 영업비밀 침해로 듀폰이 9억1900만달러(한화 약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고 평결, 코오롱은 평결이 확정되면 1조원을 배상할 위기에 놓였다.
케블라는 듀폰이 지난 197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아라미드 섬유로, 경찰과 군인의 방탄복 제조에 사용되는 고강력 합성섬유이다. 듀폰은 지난 2009년 코오롱이 퇴직한 전 듀폰 엔지니어와 판매책임자를 고용해 버지니아주 체스터필드의 방탄섬유 공장을 건설하고 자사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코오롱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아라미드 섬유시장에서 듀폰이 코오롱을 배제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1979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아라미드 섬유개발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며 “고용한 컨설턴트로부터 어떤 정보도 요구하지 않았으며, 듀폰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은 상당부분 이미 공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미 일부 공개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듀폰이 시장성이 밝은 아라미드 섬유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후발업체를 지나치게 견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섬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듀폰과 일본의 데이진이 주도하는 아라미드 섬유시장에 한국의 코오롱과 효성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번 소송결과가 국내기업의 신섬유시장 진출여부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코오롱은 이번 소송과 별도로 듀폰을 상대로 독점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연방 제4순회법원은 지난 3월 코오롱이 듀폰사를 상대로 낸 독점금지 소송 항소심에서 듀폰사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소송을 계속 진행토록 판결, 내년 3월 반독점 소송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