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한가위, 그 아련한 추억

입력 2011-09-05 10:45 수정 2011-09-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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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 부국장 겸 스포츠문화부장

현대인에게 추석(秋夕)은 어떤 의미일까.

한동안 돌보지 못한 조상의 묘를 찾아 한없이 자란 잡초를 다듬는다? 혹은 차례를 지내고 친척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낸다? 정도. 축소된 추석 풍경이다. 명절은 이제 연휴를 만들어 휴가처럼 사용한다. 공휴일을 나타내는 달력의 표시된 빨간 글자 이상의 뜻을 찾기가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온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때/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오고…’. 미당(未堂) 서정주의‘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때’의 풍경은 더 이상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추석은 설날, 대보름과 함께 일년 중 가장 큰 명절. 농사가 끝나고 추수가 시작된다. 햇곡식과 햇과일을 거둬들이는 풍성하고 풍요로운 계절이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윗날만 같아라” 든가 “오월농부 팔월신선(五月農夫 八月神仙)”이라 했다.

농경사회에서 추석은 가장 큰 명절이니 이때는 오곡이 무르익는 계절인 만큼 모든 것이 풍성하고 즐거운 놀이로 밤낮을 지냈다. 따라서 이날처럼 잘 먹고, 잘 입고, 놀고,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을 터.

결국 추석은 추수감사절인 셈이다. 월석(月夕) 아래 푸근한 덕담을 나눈다. 송편을 빚고 정겹고도 한없이 넉넉한 것이 명절 모습이었다. 이런 풍광이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하고 미당의 감성을 자극하지 않았나 싶다.

음력 8월 15일은 가을의 한 가운데 달. 또한 8월의 한 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추석을 가배(嘉俳), 가배일(嘉俳日), 가위, 한가위,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 여러가지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 있다. 가위나 한가위는 순수한 우리말. 가배는 가위를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쓴 것이다.

풍요로움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즐거움을 주는 놀이도 했고 다양한 음식도 마련했다. 세시풍속으로 줄다리기, 반보기, 차례(茶禮), 성묘(省墓), 소싸움, 고사리 꺾기, 강강술래, 씨름 등을 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송편과 토란국, 닭찜, 누름적, 화양적 등을 만들어 미각을 즐겼다.

추석에 행하는 것 중 올베심리와 풋바심이 있다. 올베심리란 호남 지역에서 하는데 올벼 천신(薦新)을 말한다. 올기심리, 올계심리, 오리십리, 올비신미라고도 부른다. 올벼란 ‘일찍 수확한 벼’를 일컫는다. 햇벼인 셈. 햇밥과 술, 조기, 햇병아리, 햇무 같은 것들을 상에 차려 조상에게 바치고 온 집안 식구가 모여 그 음식을 나눠 먹었다.

추석을 전후해서 잘 익은 벼, 수수, 조 같은 곡식의 이삭을 한 줌 베어다가 묶어 기둥이나 문설주에 걸어 두기도 했다. 이것을 올개심니라고도 하는데 이듬해 풍년이 들게 해달라는 기원의 뜻과 풍농 예축이 담겨 있다. 경북 안동을 비롯한 영남에서는 올베심리와 비슷한 것으로 풋바심이 전한다.

반보기와 근친(覲親)이 있다. 충남 지역에서는 추석 무렵에 반보기를 하는데 이는 반나절 동안 만나는 것을 말한다. 늦여름이 다 가도록 농사에 바빴던 일가 친척들이 추석 무렵이면 서로 약속해 양편의 중간 지점에서 만난다. 그런데 요즈음은 반보기가 아니라 ‘온보기’로 친정집에 남편과 함께 간다.

이런 추억은 이제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송편도 빚지 않는다. 새옷을 사서 입히는 명절빔도 드물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향집 식구와 고향마을 이웃은 줄어든다. 언제든지 전화를 하고,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보며 대화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갔다올 수 있게끔 교통이 편리해진 탓이다.

해마다 겪는 명절의 교통난과 장시간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고달픈 시간. 하지만 추석은 가슴이 설레고 찾아 갈 고향과 만날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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