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의 파고를 간신히 극복한 일본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시련이 닥치고 있다.
부품업계의 공급난과 인력난으로 하반기(2011년 10월~2012년 3월) 증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8개 자동차 업체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감산분을 만회하기 위해 하반기 글로벌 생산을 전년 동기 대비 20% 늘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들 자동차 업체는 최근 일본 내에서도 대규모 증산에 돌입하기 위해 부품 및 소재 업체에 증산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품 및 소재 업계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자동차 업계의 주문에 자재 부족을 이유로 납품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 최대 타이어업체인 브리지스톤은 일본에서 생산하는 승용차용 타이어 수주가 공급 능력을 넘는다고 판단, 이를 납품업체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에 따르면 현시점에서 부족량은 50만개 가량으로, 이는 자동차 12만~13만대분이며, 전체 수주 분의 5%대에 이르는 수준이다.
일본에서 승용차용 타이어 생산 공장은 7곳으로, 24시간을 풀가동하는만큼 증산 여지가 없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본 2위 타이어 생산업체인 스미토모고무공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자동차 범퍼용 폴리프로필렌 수지를 생산하는 미쓰비시화학도 재고 부족으로 망연자실이다.
미쓰비시화학은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바라키현 가시마공장이 대지진 피해로 2개월간 가동을 중단하면서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다.
설상가상 8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는 정기 설비 점검에 들어가 재고 부족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진벨트용 내열성 고무를 생산하는 닛폰제온도 자동차 업계의 주문량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도 과제는 있다.
인력 부족으로 수당을 올리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구인광고사이트 딥에 따르면 7월 제조업계의 시간급은 작년 연말보다 7% 오른 1071엔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10월에는 구인난이 버블기 때와 같은 수준으로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요타차체의 경우 8월초부터 입사한 임시직에 대해 5만엔의 특별 수당을 지급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임시직의 수당을 올린 것은 금융 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2008년 가을 이후 처음이다.
신문은 이같은 상황이 살인적인 수준의 엔고에도 불구하고 자국내 생산을 유지하려는 일본 기업들에 또 한번의 시련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품과 인력난이 장기화할 경우 일본 기업들은 해외 조달을 늘리거나 생산의 해외 이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