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사장을 대상으로 하는 주주소송이 새로운 소액주주 운동으로 확산할지에 대해 증권가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은 공기업 CEO의 합법적인 행위에 대한 소송이라는 점에서 소액주주 소송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는 이정표적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전 소액주주 14명은 지난 2일 전기요금 현실화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김쌍수 한전 사장을 상대로 2조800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김 사장이 재임기간 동안 전기요금을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인상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소액주주들이 회사나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례는 많았다. 올 6월에는 글로웍스의 소액주주가 회사측의 허위정보에 의한 주가조작으로 손해를 봤다며 1000만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달 12일에는 엑사이엔씨의 소액주주 10명이 경영진의 주가조작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회사와 전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1억8000만원대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김 사장의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불법·위법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전 사례들과는 차이가 있다. 또 한국정책금융공사와 정부의 지분이 51%에 이르는 한전이 전형적인 공기업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소액주주의 소송대상을 정부로까지 확대시키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소액주주 소송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은 “소액주주 운동이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OECD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은 공기업이 정부 방침에 따라 싼값에 재화를 제공하다가 적자를 냈을 때 정부 예산에 의해 보전받도록 하고 있어 정부를 상대로도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증권사 직원은 “주주들도 물가안정 정책으로 혜택을 본 국민에 포함된다”며 “김 사장이 의도적으로 전기료를 동결한 것도 아닌데, 손실을 봤다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무리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