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통한 정부의 친서민 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대출시장에서는 서민들이 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는가 하면 예금시장에서는 은행경영에 악영향을 미치면서까지 서민용 고금리상품 출시를 독려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선 은행 요구에 대출을 상환하려는 고객에게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리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친서민 정책에 금융소비자만 골탕을 먹고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상담창구를 찾은 A씨는 “한 달 전에 상담할 때는 대출이 된다더니 지금은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냐”며 하소연을 했다.
금융 당국이 대출 중단 행위를 하지 말도록 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특히 계절이 가을로 들어서면서 가계의 ‘금융 수요’가 피크로 치닫고 있는데 정작 대출 문턱만 높아졌다.
코앞에 다가온 추석 자금은 물론이고 2학기 학자금, 성수기를 맞은 이사철까지 돈을 쓸 곳이 줄줄이지만 돈을 구할 곳이 없는 서민들의 주름살만 깊어지고 있다.
결국 상대적으로 거래조건이 취약한 서민들은 2금융권으로 발길을 옮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미 대출을 받은 고객들도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 인하에 인색한 탓에 부담을 덜 수 있는 여건이 안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로 인해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거나 대출금리가 더 낮은 다른 은행의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고객이 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서민전용 고금리 수신상품을 출시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고금리 수신상품 출시 유도는 서민금융 대책이 대출에만 초점을 맞춰왔던 점을 고려해 서민들의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고객들을 볼모로 서민금융 책임을 떠맡기려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서민상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고금리 상품까지 더해진다면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역마진이 발생할 경우 책임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도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융당국이 시장에 전하는 메시지가 약한면이 있다”며 “경제위기가 증폭되면 은행 건전성을 유지가 결국 장기적으로 서민을 위한 것인데 이 같은 내용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