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사상 첫 주파수 경매를 앞둔 통신업계에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신규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면 차세대 서비스를 위한 성장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입찰경쟁 과열로 인한 낙찰가 상승으로 유례없는 주파 수사용료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중장기 주파수 정책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경매를 강행한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2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주파수할당을 신청한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에 대한 심사를 한 결과, 모두 적격으로 확인돼 오는 17일 주파수경매를 실시키로 했다. 정부는 공정경쟁과 합리적인 배분을 위해 주파수 경매제를 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황금주파수(2.1㎓)를 최저비용으로 낙찰받게 된 LG유플러스를 제외한 KT와 SK텔레콤은 차선책(1.8㎓)을 두고 출혈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동시오름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경매는 3개 대역을 동시에 경매하는 특성상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지만 1.8㎓대역을 차지하기 위한 KT와 SK텔레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 경매 전 담합우려도 제기됐으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반기 4세대 서비스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사는 즉각 활용가능한 이 대역의 주파수를 확보해 롱텀에볼루션(LTE)서비스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1.8GHz의 경매최저입찰가는 4455억원으로 경매 당일 더 높은 가격을 써 내는 사업자가 주파수를 최정적으로 받아가게 된다. 다음 가격을 적어낼 때는 적어도 최저입찰가 보다 1%이상 높은 가격을 책정해야 하기 때문에 라운드를 계속할 수록 경매가는 수십억원씩 치솟게 된다. 방통위측은 모의경매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하루에 500억원까지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마지막에 웃는 최후의 승자는 LG유플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나 SK텔레콤 중 하나가 1.8㎓대역을 확보한다 해도 부담스러운 경매가로 낙찰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껏 내린 통신비가 도로 나무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다. 새로 도입할 LTE스마트폰 요금 상승효과도 나타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해외 주파수경매 사례를 보면 10조원에 상당하는 높은 경매가로 낙찰받은 사업자들이 과도한 부담으로 인해 재정상태가 악화되면서 요금인하 폭을 줄인 경우도 있었다. 2000년 초반 주파수경매를 실시한 영국과 독일의 경우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통신요금 인하율이 낮았다.
또 최근 기대이하의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이통사는 차세대 망투자, 정부의 통신비 인하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파수 경매의 대가로 통신산업의 미래를 저당잡히게 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방통위 오남석 전파기획관은 “사업자들이 급하다고 해서 경매를 하는 것인데 경매시기를 늦춘다고 다른 대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표준동향 등을 고려해 연내 장단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추가 주파수 확보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세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