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은행들에 대한 증자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주요 20개국(G20)의 금융 당국으로 구성된 금융안정위원회(FSB)는 19일(현지시간) 세계 금융시스템상 중요은행(G-sifi)에 선정된 28개 은행에 대한 자기자본비율 추가 요구 등을 담은 규제강화책을 공식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8사는 오는 2019년까지 적정 자기자본비율을 최대 9.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FSB는 바젤III의 기본 자기자본비율 7% 외에 G-sifi 중요도에 따라 1.0~2.5%포인트의 추가 자본을 쌓도록 의무화했다.
추가자본은 보통주를 중심으로 쌓아야 한다.
이날 발표된 규제책은 지난달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회의 결과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리스 등 중채무국 국채 보유로 인한 손실 리스크를 흡수하기 위해선 고강도 증자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중점을 뒀다.
FSB는 이날 대상 28개 은행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상위에는 JP모건체이스와 도이체방크, 씨티그룹, HSBC 등 미국과 유럽의 대형은행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 대형은행들은 신흥국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사업을 전개, 은행간 거래 규모도 거대하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이들 은행이 자기자본비율을 2.0~2.5%포인트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대규모 증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거나 자산을 압축해 자기자본비율 추가분을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은행들의 경우 최근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400억유로 이상의 증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9일 주식시장에서는 유럽 주요 은행주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STOXX유럽600 은행주 지수는 4거래일만에 반등했지만 여전히 2009년 이후 2년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날에는 스트레스테스트에서 턱걸이로 합격한 은행 등 주요 은행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번 스트레스테스트에서는 90개 은행 중 불과 8개만 불합격, 시장에는 유로존의 재정위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한편 글로벌 은행들은 이른바 ‘사망선택유언(living wills)’도 작성해야 한다.
대형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스스로 어떻게 대처할지를 유언장처럼 미리 밝히게 하는 방안이다.
이는 개인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위독한 상태가 되었을 때에 대비해 생명 연장 조치 등에 대한 의견을 미리 밝히는 생전 유언장 제도를 원용한 것이다.
G-sifi는 내년 말까지 생전 유언장을 작성해야 하며, 각국 정부는 은행별 맞춤식 특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현재 미국 영국을 포함해 5개국이 생전 유언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권고안을 마련, 오는 11월 열리는 G20 파리 정상회의에 제출된다.